Go to contents

기술유출 재판 44%, 3년째 ‘1심중’

Posted September. 21, 2023 08:18   

Updated September. 21, 2023 08:18

中文

13일 SK하이닉스의 반도체 D램 관련 핵심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 등을 받는 협력업체 부사장 신모 씨(59)가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2021년 1월 재판에 넘겨진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형사 사건의 경우 1심 판결이 나오는 데 평균 5∼8개월이 걸린다. 업계에서는 기술 유출이라는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재판이 너무 길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 씨 변호사도 “쟁점이 많고 전문적인 기술 분야여서 재판부에 설명하기 어려운데 판사마저 수차례 바뀌며 심리가 길어졌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실제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 25-3부는 해당 사건 기소 이후 재판부 구성이 세 차례나 바뀌었다.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법원 1심 재판 10건 중 6건은 1년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 판단이 늦어지면 산업계에서는 관련 대응이 늦어져 2차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첨단 기술 확보 전쟁이 치열하게 펼쳐지는데 국내 사법 시스템이 이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양향자 한국의희망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관련 법원 미제 사건 현황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79명 중 35명(44.3%)은 기소 후 2년이 초과된 것으로 나타났다. 1년이 초과된 13명(16.5%)까지 합하면 60%가 넘는다.

심리 기간이 2년이 넘으면 법원에서는 ‘장기 미제’로 분류한다. 심리 기간 2년을 초과한 피고인 수는 2021년 말 12명에서 지난해 말 19명, 올해 6월 35명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기준을 1년으로 바꿨을 때도 2021년 말 28명에서 올해 6월 48명으로 20명(71.4%) 증가했다.

손승우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원장은 “재판이 길어질수록 피해 기업의 기술이 계속 유출 리스크에 노출돼 상당한 경영 위협이 된다”며 “한국도 미국, 일본, 대만처럼 국가기관들의 지식재산 관련 전문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익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