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미국에 요구하던 장거리 전술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사진)가 이미 전달돼 실전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본토 공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러시아를 자극할까 우려해 난색을 표하던 미국이 은밀히 지원한 것이다. 지난달 북한과 러시아가 정상회담 전후로 무기 거래를 한 것으로 추정되자 이에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풀이된다.
17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정례 연설에서 “미국에 특별히 감사를 표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합의가 이행되고 있다. 에이태큼스는 매우 정확했다”고 밝혔다. 미 CNN 방송도 이날 우크라이나가 에이태큼스를 이용해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베르단스크와 루한스크 비행장을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미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할 때 전투기와 함께 에이태큼스가 가장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회담 이후 미 정부가 발표한 3억2500만 달러(약 4300억 원) 규모의 무기 지원 패키지에는 에이태큼스가 들어있지 않았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에이태큼스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면 사태가 악화될 것을 우려하며 지원을 꺼려 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공식 입장 표명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에이태큼스 지원을 인정했다. 에이드리엔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17일 성명을 내고 “미국은 최근 러시아의 잔혹한 침공에 맞서 우크라이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지원의 하나로 에이태큼스를 제공했다”며 “우리의 군사적 준비 태세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으면서 우크라이나 전투력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다만 왓슨 대변인은 제공된 에이태큼스 사거리가 일반적인 사거리 297km보다 짧은 165km라고 밝혔다.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기에는 사실상 짧다. 대신 이 기종에는 하나의 폭탄 속에 수백 개의 ‘새끼 폭탄’을 품은 집속탄이 탑재돼 있다.
러시아는 반발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대사는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보낸 백악관의 결정은 중대한 실수”라며 “의도적으로 숨긴 이번 조치의 대가는 가장 심각한 것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기욱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