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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명 숨진 가자병원 참사 ‘중동전쟁 새 도화선’

500명 숨진 가자병원 참사 ‘중동전쟁 새 도화선’

Posted October. 19, 2023 08:34   

Updated October. 19, 202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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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직전인 17일(현지 시간) 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한 병원이 공습을 받아 최소 500명이 숨졌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대량학살”이라고 규탄했고, 이스라엘은 “(또 다른 무장단체)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의 소행”이라고 맞서 진실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이 여파로 당초 18일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 중동전쟁의 해법을 논의하려던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반(反)이스라엘·반미 시위 또한 확산되며 바이든 대통령의 확전 방지 구상이 첫 발을 떼기 전 삐걱대고 있다.

17일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밤 가자시티의 알아흘리아랍 병원에 가해진 로켓포 폭격으로 환자, 난민 등 500명 이상이 숨졌다고 밝혔다. 부상자도 최소 수 백 명이고 이와 별도로 상당수의 시민이 건물 잔해 밑에 깔려있다고 했다. 7일 전쟁 발발 후 계속된 이스라엘의 공습과 물자 차단으로 가자지구 내 구조가 어려워 사상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는 이번 공습을 유례없는 대량학살로 규정하고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며 보복을 천명했다. 그간 하마스를 규탄했던 압바스 PA 수반 또한 사흘 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한 후 암만에서 PA가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지구로 급히 귀국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폭격이 하마스보다 더 강경한 반이스라엘 성향인 PIJ의 로켓 발사 실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병원을 공격한 것은 이스라엘군이 아닌 야만적 테러범들”이라며 PIJ 소행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스라엘 측은 자신들과 이번 공격과 무관하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조사도 벌이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출국 전 성명을 내고 “병원 폭발과 그로 인한 끔찍한 인명 피해에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마스 제거에는 지지하지만 민간인 피해와 확전 우려가 큰 점령에는 반대한다며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뒤 이스라엘과 요르단에서 직접 해법을 도출하려던 구상이 대형 참사와 4자 회담 취소로 첫 발부터 어그러진 모양새다. 바이든 대통령이 먼 중동까지 가서 빈 손으로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대규모 민간인 희생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또한 커지면서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 시점을 저울질하려던 이스라엘도 상당한 고민에 처했다.


워싱턴=문병기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