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1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1년 앞두고 대선 승패를 가를 ‘경합주(swing state)’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대부분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꼽히는 경제와 외교정책 평가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더 유능하다고 꼽는 이가 더 많았다. 집권 민주당 내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며 스스로 재선 도전을 접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 바이든, 경합주 6곳 중 5곳서 열세
미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22일∼이달 3일 실시해 5일 발표한 경합주 6곳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대선 양자대결 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뽑겠다는 응답은 48%로, 44%를 얻은 바이든 대통령을 오차범위 밖인 4%포인트 앞섰다. 지역별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미시간, 애리조나, 네바다 등 5개 주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4∼11%포인트 앞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위스콘신에서만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오차범위 내인 2%포인트 높았다.
NYT는 경합주의 이 같은 여론이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매직 넘버’(당선되려면 확보해야 하는 선거인단 수)인 270명보다 훨씬 많은 30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경제정책인 ‘바이드노믹스(Bidenomics)’와 중동전쟁을 관리할 수 있는 안정감을 재선 캠페인의 핵심으로 삼고 있지만 두 분야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다. ‘두 후보 중 누구의 경제정책을 더 신뢰하는가’라는 질문에 경합주 6곳 유권자 59%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꼽아 바이든 대통령(37%)과 큰 격차를 보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중동전쟁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50%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더 잘 해결할 것으로 봤다. 바이든 대통령을 택한 유권자는 39%에 그쳤다.
반대로 ‘유능한 대통령이 되기에 너무 늙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한 비율은 바이든 대통령(71%)이 트럼프 전 대통령(39%)을 크게 앞섰다. NYT는 “트럼프에 대한 미국인의 시각은 변한 게 없는데 바이든의 국정운영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오바마 참모 “바이든, 대선 레이스 접으라”
미 유력 일간지인 NYT의 여론조사를 두고 민주당 내부는 ‘바이든 리스크’가 현실화됐다며 동요하는 분위기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선 전략을 맡아 승리를 견인했던 데이비드 액설로드 전 백악관 선임고문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2024년 대선 레이스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액설로드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그는 (대선 출마가) 자신에게 가장 이익일지, 아니면 국가에 이익이 될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선거 캠프의 케빈 무뇨즈 대변인은 반박 의견을 냈다. 그는 미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에 “과거 (여론조사 업체) 갤럽도 대선 1년 전 오바마 후보가 8%포인트 차로 패배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1년 뒤엔 여유 있게 승리했다”고 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우세한 결과를 보이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정치적 배신자를 처벌할 목적으로 살생부 작성에 나섰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한때 트럼프의 측근이었다가 등을 돌린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 윌리엄 바 전 법무장관, 마크 밀리 전 합참의장 등이 재집권 시 조사 대상에 올랐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가족을 압박하기 위해 특별검사를 임명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취임을 반대하는 시위에 대비해 군대를 배치할 수 있도록 ‘폭동 진압법’을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윤다빈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