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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배제”에도 불수능, 만점자 1명

Posted December. 08, 2023 09:03   

Updated December. 08, 202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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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킬러(초고난도) 문항’을 없애기로 한 뒤 처음 치러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국어 수학 영어 영역의 체감 난도가 모두 지난해보다 높아 역대급 ‘불수능’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출제 당국은 ‘킬러 문항’ 대신 다양한 유형의 고난도 문항이 출제돼 상위권의 변별력을 높인 결과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수험생을 괴롭히는 킬러 문항이 출제됐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달 16일 실시된 2024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영역별 표준점수 최고점은 국어 150점, 수학 148점으로 국어가 2점 높았다. 지난해는 국어 134점, 수학 145점으로 수학이 11점 더 높았다.

특히 국어는 평이했던 지난해보다 체감 난도가 크게 올랐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2019년(150점)과 함께 현 수능 체제가 도입된 2005학년도 이후 가장 높았다. 표준점수는 개인 점수가 전체 응시생 평균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점수다.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올라간다. 통상 표준점수 최고점이 140점 이상이면 어려웠다고 입시업계는 평가한다.

절대평가로 치러지는 영어의 경우 1등급(원점수 90점 이상)은 전체 응시생 중 4.71%(2만843명)로, 지난해 7.83%(3만4830명)보다 약 1만4000명이 줄었다. 절대평가가 도입된 2018학년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험생 A 씨는 “‘킬러 문항이 없다지만, 킬러 수능이었다”고 말했다. 입시업계에선 지난해보다 국어와 영어 점수가 대입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수학의 비중은 작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등급을 맞추지 못해 탈락하는 수험생이 속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교육계에선 정부의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이 올 수능의 수험생 체감 난도를 높였다고 분석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6월 “수능에서 교육과정 밖의 킬러 문항을 배제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이를 ‘쉬운 수능’으로 받아들여 수능 난도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변별력 확보를 위해 킬러 문항 못지않은 고난도 문항이 출제되고, 정답과 헷갈리는 선택지가 배치되자 당황한 수험생이 많았다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킬러 문항 배제만으로도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계기는 마련됐다”고 말했다.

역대급 불수능에 전 영역 만점자는 1명에 그쳤다. 용인외대부고를 졸업한 여학생으로 알려졌다. 이 학생은 과학 2과목을 선택한 자연계열 지망생이다. 수능 만점자는 2014학년도 33명까지 나온 적도 있지만, 문·이과 통합수능이 도입된 2022학년도는 1명, 지난해는 3명에 그쳤다.


박성민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