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토트넘)이 세계 최고 레벨의 클럽 축구 리그로 평가받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골을 넣었다. 손흥민에 앞서 역대 6명만 달성한 대기록이다.
손흥민은 11일 뉴캐슬과의 2023∼2024시즌 EPL 16라운드 안방경기에서 1골 2도움의 활약으로 팀의 4-1 완승을 이끌었다. 이로써 이번 시즌 리그 10호 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8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하면서 ‘아스널 킹’으로 불렸던 프랑스 축구의 레전드 티에리 앙리(은퇴)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1992년 창설된 EPL에서 8시즌 이상 연속으로 10골 이상 넣은 선수는 손흥민을 포함해 모두 7명이다. 잉글랜드 국가대표 공격수 출신으로 11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웨인 루니(은퇴)가 이 부문 최다 기록을 갖고 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리그 득점 단독 3위가 됐다. 득점 선두 엘링 홀란(맨체스터시티·14골)과는 4골 차, 2위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11골)와는 한 골 차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이날 전반 26분 팀의 선제골과 38분 추가골에 도움을 기록하며 발끝을 예열했다. 2개의 도움 모두 페널티 박스 왼쪽 측면에서 일대일 돌파로 상대 수비를 따돌린 뒤 골문 앞으로 보낸 패스에서 나왔다. 그리고 팀이 3-0으로 앞선 후반 40분엔 자신이 직접 얻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리그 10호 골을 만들었다. 토트넘은 후반 추가시간 뉴캐슬 공격수 조엘린통에게 한 골을 허용했다. 공격포인트 3개를 기록한 손흥민은 2골을 터뜨린 팀 동료 히샤를리송을 제치고 경기 최우수선수(MVP)에 해당하는 ‘맨 오브 더 매치’로 뽑혔다.
레버쿠젠(독일)에서 뛰다가 2015년 8월 토트넘으로 이적한 손흥민은 EPL 데뷔 해인 2015∼2016시즌 4골에 그쳤고 이후로는 시즌마다 10골 이상을 넣었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득점왕에 올랐던 2021∼2022시즌의 23골이 최다 기록이다. 손흥민은 활동 무대를 EPL로 옮기기 직전까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도 세 시즌 연속 10골 이상을 넣었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 후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내가 잘 해서 넣은 것보다 동료들의 도움으로 넣은 골이 더 많았다”며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의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EPL 통산 113골이 된 손흥민은 이 부문 역대 순위에서 공동 23위가 됐다.
토트넘은 이날 승리로 5경기 연속 무승(1무 4패)에서 벗어났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오늘 손흥민은 공을 잡을 때마다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일찍 우리 쪽으로 분위기를 가져왔다. 승리가 없었던 지난 몇 경기와는 큰 차이점”이라고 했다. 손흥민도 경기 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런 게 바로 우리가 원했던 경기다. 다시 승리 모드로”라는 글을 남겼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