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 1월 19일이라 119처럼 쓰이는 것 같다.”
일본 정부 ‘넘버2’이자 대변인인 관방장관에 14일 취임한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사진) 장관이 지난주 NHK 방송 대담 프로그램에서 한 말이다. 퇴진 수준 지지율을 기록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요청으로 내각에 긴급 투입된 상황을 유머로 풀었다.
일본 언론은 하야시 장관이 무난한 출발을 했다고 평가한다. 점수를 매기기엔 이르지만 기시다 총리 연내 실각설까지 나올 정도인 위기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능력이 돋보인다.
하야시 장관은 자민당 아베파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물러난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전 관방장관 후임이다. 아베파 사무총장 출신 마쓰노 전 장관은 비자금 관련 보도가 쏟아지는데도 기자회견마다 답변을 회피해 기시다 총리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했다. 반면 하야시 장관은 자신을 향한 비자금 조성 의혹에 “비자금을 받지 않았다”고 명확하게 밝히고 자신이 속한 기시다파 및 자민당에 대한 비판에는 “필요하면 내가 직접 설명하겠다”며 적극적이다.
2008년 방위상을 시작으로 이번이 7번째 장관 기용인데 그중 4번이 전임자 불명예 퇴진에 따른 ‘구원 등판’이었다. 요미우리신문은 “당내에서 안정적인 정책통으로 정평이 났다”고 평가했다. 1995년 참의원 당선 때부터 기시다 총리와 같은 파벌(고치카이)에서 활동하며 인연을 맺었다. 지금은 총리를 대신해 파벌을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본 정계와 언론에서는 관방장관으로 성공한 정치인을 차기 총리 유력 주자로 많이 꼽는다. 하야시 장관이 기시다 총리를 잘 보좌해 현재 내각 최악의 상황을 어느 정도 벗어난다면 존재감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쿄=이상훈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