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우(21)가 한국 수영 선수로는 처음으로 자유형 200m 세계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황선우는 14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4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경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1분44초75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어 다나스 랍시스(29·리투아니아)가 1분45초05로 2위, 루크 홉슨(21·미국)이 1분45초26으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황선우의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자유형 200m 금메달은 아시아를 통틀어도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앞서 쑨양(33·중국)이 2017년 부다페스트 대회, 2019년 광주 대회에서 이 종목 2연패 기록을 남긴 적이 있다. ‘마린 보이’ 박태환(35)은 올림픽에서 이 종목 은메달을 두 개(2008, 2012년) 땄지만 세계선수권에서는 2007년 멜버른 대회 동메달이 최고 성적이다.
황선우는 대회 개막 전부터 이 종목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받았다. 황선우(1분44초40)보다 최고 기록이 좋은 2021년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톰 딘(24·영국·1분44초22), 2022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우승자 다비드 포포비치(20·루마니아·1분42초97), 지난해 후쿠오카 세계선수권 챔피언 매슈 리처즈(21·영국·1분44초30)가 모두 파리 올림픽(7월) 준비에 전념하겠다며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는 없었다. 우승을 코앞에서 놓친 2021년 도쿄 올림픽의 아픈 기억 때문이다. 황선우는 당시 150m 지점까지 선두 자리를 지켰지만 마지막 50m에서 미끄러지면서 결국 7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이 때문에 황선우에게 ‘뒷심이 부족하다’는 꼬리표가 붙기도 했다.
이날은 완전히 달랐다. 5번 레인에서 출발한 황선우는 초반 100m 구간까지 2위와 1m 이상 차이를 벌리며 앞서갔다. 그러다 130m 지점을 앞두고 홉슨에게 선두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마지막 10m를 남겨 놓고 재역전에 성공한 뒤 결국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황선우가 메이저 대회에서 막판 스퍼트로 역전을 일궈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수영계에서는 황선우가 국제대회 경험을 꾸준히 쌓고 호주 전지훈련을 통해 레이스 운영 능력을 키우려 노력한 게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황선우는 지난달 5일부터 이달 3일까지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훈련 일정을 소화한 뒤 ‘테이퍼링’(훈련 강도를 낮추고 컨디셔닝에 집중하는 것) 없이 도하로 건너와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2022년 부다페스트 대회 때 이 종목에서 은, 지난해 후쿠오카 대회 때 같은 종목 동메달을 땄던 황선우는 한국 수영 최초로 세계선수권 3개 대회 연속 입상 기록도 남겼다. 2개 대회 연속 입상 기록도 황선우가 처음이었다. 황선우는 세계선수권 금, 은, 동메달을 모두 수집하면서 박태환(금 2개, 동 1개), 다이빙에서 동메달을 3개 딴 김수지(26)와 함께 한국인 최다 메달 공동 1위가 됐다.
황선우는 “세계선수권에서 은, 동메달만 따서 금메달을 꼭 얻고 싶었는데 목표를 달성해서 기쁘다”며 “예선 때까지는 몸이 덜 풀렸었는데 준결선 때는 결선에서 쓸 에너지를 남겨둘 수 있을 정도로 컨디션이 좋아졌다. 이번 금메달이 파리 올림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림픽에서는 1분43초대 기록에 도전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때는 황선우보다 먼저 김우민(23)도 남자 자유형 4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 두 명이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차지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두 선수는 양재훈(26), 이호준(23)과 함께 16일부터 시작하는 계영 800m 금메달에 도전한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수영 단체전 사상 첫 금메달을 합작했던 이들이 이번 대회 때도 계영 800m 정상을 차지하면 한국 수영 역사상 첫 세계선수권 2관왕이 동시에 두 명 탄생하게 된다.
김배중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