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PC 운영체제(OS)인 ‘윈도’를 보유한 마이크로소프트(MS)가 21일(현지 시간) 인공지능(AI) PC에 대한 비전을 발표한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주요 투자사로 생성형 AI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만큼 MS의 발표에 테크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 초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HP, 레노버, 애플까지 AI PC 시장에 뛰어들며 업계에서는 “AI PC가 수요 회복이 더딘 PC 시장을 구해줄 ‘구세주’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9일(현지 시간) 미국 CNBC방송은 MS가 21∼23일 개최하는 자사 개발자 콘퍼런스 ‘빌드’에서 AI PC의 비전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CNBC는 MS가 윈도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할지, AI PC로는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MS는 지난해 오픈AI의 모델을 기반으로 한 AI 모델 ‘코파일럿’을 공개했다. 올해 3월엔 코파일럿을 키보드에 기본 버튼으로 탑재한 PC와 노트북을 출시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보다 한층 진화된 기술 전략이 발표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1월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올해는 AI가 모든 PC의 필수 기능으로 자리 잡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AI PC 시장의 전쟁을 예고했다.
AI PC는 연산과 머신러닝(기계학습) 등 AI 작업에 특화된 PC를 말한다. 특히 최근 나오는 AI PC는 인터넷 없이도 AI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온디바이스’를 표방하고 있다. 이에 데이터 전송 문제나 개인 정보 유출 우려가 적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는 올해 약 4800만 대의 AI PC가 출하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2028년에는 전체 PC 출하량의 약 70%가 AI PC일 것으로 예상했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것이다.
이에 정보기술(IT) 업체들은 AI PC 및 노트북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첫 AI 노트북 ‘갤럭시북4’ 시리즈를 출시했다. 지난달에는 AI 기능을 탑재한 온디바이스 AI 일체형 PC ‘삼성 올인원 프로’를 공개했다. 갤럭시북4 시리즈는 출시 9주 만에 국내에서만 10만 대 이상이 팔렸다. LG전자도 올 1월 ‘2024년형 LG 그램 프로’를 선보였다. 삼성과 LG 모두 인텔의 AI 칩인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애플은 3월 자체 개발한 ‘M3’칩을 탑재한 ‘맥북 에어’를 공개했다. 카메라, 받아쓰기, 번역, 자동완성 텍스트 등 AI 기능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지만 AI PC로 보기엔 모자라다는 게 업계 평가다. 올해 말에는 아예 AI 기능에 초점을 둔 ‘M4’칩을 탑재한 맥북 제품들을 공개할 예정이다. 중국 레노버는 최근 AMD AI 프로세서를 탑재한 데스크톱 ‘싱크센터’ 시리즈를 공개했다. HP와 델도 AI PC 라인업을 공개했다.
일각에서는 AI PC에서 실행할 수 있는 AI 기능과 애플리케이셥(앱) 등이 많지 않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한다. 사용자들이 AI PC를 선택할 이유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땐 앱이 적었지만, 다양한 앱이 개발되면서 스마트폰이 대세가 됐다. AI PC도 사용자를 끌어들이도록 다양한 앱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며 “가격과 디자인, 그래픽 성능 등을 매력적으로 갖춘 제품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