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병 아들 약값 위해 1000km 걸은 칠레 엄마

“모두의 응원 덕분에 불가능해 보였던 일을 이뤄냈습니다.”

칠레에서 희귀 질환을 앓고 있는 다섯 살 아들의 치료비를 성금으로 모으기 위해 30대 엄마가 1000km가 넘는 거리를 한 달째 매일 걷고 있다.

칠레 매체 비오비오칠레 등은 27일(현지 시간) “카밀라 고메스(32)가 아들 토마스 로스의 약값을 마련하려고 도보 행진에 나섰다”며 “지난달 28일 로스라고스주 앙쿠드에서 출발해 수도 산티아고까지 1300여 km를 걸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로스는 근육신경 계통의 난치성 질환인 ‘듀센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다. 유전성 질환인 이 병에 걸리면 보행은 물론 일상생활조차 어려울 정도로 근육이 약해진다. 완치도 어렵지만 치료비만 수십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뾰족한 수가 없던 고메스는 아들의 치료비 35억 페소(약 53억 원)를 모금하는 것을 목표로 길 위에 섰다.

고메스가 행진을 시작한 사실이 알려진 뒤 소방대원이나 주민 등도 중간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칠레 전국에서 엄마를 응원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각지에서 성금이 쏟아지며 고메스는 이미 지난주에 목표했던 금액을 다 모았다고 한다. 하지만 고메스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우리 아이와 같은 병을 앓는 모든 어린이들을 위해 산티아고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걷겠다”고 밝혔다.

고메스는 산티아고에 도착한 뒤 29일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과 면담이 예정돼 있다. 그는 “희귀질환을 겪는 환자와 가족들의 어려움을 편지로 써서 전하겠다”며 “그 이후엔 모인 성금으로 미국 전문 의료기관에 가서 아들을 치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