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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고독의 필요

Posted June. 10, 2024 08:14   

Updated June. 10, 2024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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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을 등지고 그림을 그린다.” ―아그네스 마틴

1912년 캐나다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한 아그네스 마틴은 가장 유명한 추상 화가로 손꼽힌다. 작가가 2004년 작고할 때까지 수십 년간 미묘하게 변주하며 그린 수평선과 수직선의 격자 회화는 기쁨, 사랑, 행복 같은 추상적인 감정을 담아낸 걸작으로 통한다. 지난해 소더비 뉴욕 경매에서 아그네스 마틴의 1961년 작 ‘그레이 스톤 II(Grey Stone II)’는 1870만 달러(약 257억 원)에 낙찰되며 화제를 모았다. 강릉 솔올 미술관에서는 작가의 국내 최초 개인전 ‘아그네스 마틴: 완벽의 순간들’을 8월 말까지 선보인다.

솔올 미술관 전시에서 선보이는 다큐멘터리 영화 ‘세상을 등지고’에서 아그네스 마틴은 말한다. “제 인생 최고의 순간들은 혼자였던 시간이었어요.” 작가는 며칠에서 몇 개월까지 “텅 빈” 마음으로 영감을 기다리다 어느 정도 완벽한 상이 떠오르면 작업을 시작했고 이를 평생 반복했다. 뉴멕시코에 있는 작가의 작업실을 찾아 작업하는 일상과 인터뷰를 담아낸 그 영화를 보며 마틴의 작품들이 선사하는 사색과 명상의 순간은 고독에서 기인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오늘날 우리는 혼자일 때조차 혼자가 아니다. 휴대전화를 통해 수시로 타인과 연결되고 누군가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필요한 줄도 몰랐던 정보를 접하게 된다. 그로 인해 물리적인 실제 세계와 멀어지고 집중력의 방향과 강도를 조절하는 데 애를 먹는다. 도교와 선불교에 영향받은 아그네스 마틴처럼 순도 높은 몰입을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산만하게 정보를 수집하고 게걸스럽게 호기심을 채우는 습관에 제동을 걸 필요는 있다. 이때 아그네스 마틴의 작품을 감상하는 일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물질성에 반하는 마틴의 그림은 휴대전화 카메라에 온전히 담기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