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8시 26분경 전북 부안군 남남서쪽 4km 지역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했다. 올해 발생한 최대 규모 지진으로, 지진이 많지 않은 호남권에선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기상청은 “진앙은 북위 35.70, 동경 126.71도 지점이며 진원의 깊이는 8km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당초 기상청은 지진파 중 속도가 빠른 P파를 자동 분석해 지진 규모를 4.7로 추정했으나 추가 분석을 거쳐 4.8로 상향했다.
중규모 지진 중에선 규모가 컸던 만큼 여진도 이어졌다. 지진이 발생하기 약 30분 전인 오전 7시 58분경 규모 0.5의 전진(前震)을 시작으로 본진 후에도 오후 2시까지 15차례 크고 작은 여진이 발생했다. 특히 오후 1시 55분에는 규모 3.1의 여진이 발생해 인근 주민 상당수가 진동을 느끼기도 했다.
진원의 깊이가 깊지 않았던 탓에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흔들림이 감지됐다. 진원지가 속한 전북 지역은 진도(진동의 세기로 인한 흔들림의 수준) 5로 거의 모든 사람이 지진을 느끼고 그릇이나 창문이 깨지기도 하는 수준이었다. 전남 지역은 진도 4로 실내에서 많은 사람이 느끼고 일부가 잠에서 깨거나 그릇, 창문 등이 흔들리는 수준이었다. 인천, 경상, 대전, 충남북 등의 지역은 진도 3(실내나 건물 위층 사람은 현저히 느끼고 정차한 차가 흔들리는 정도), 서울 강원 부산 울산 등은 진도 2(조용한 상태나 건물 위층의 소수의 사람이 느끼는 정도)였다.
지진으로 인한 피해도 이어졌다.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전북재난안전대책본부에는 벽 균열, 타일 떨어짐, 온수 배관 파손 등 101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특히 진원과 가까운 부안군 행안면 행산문화마을에선 담벼락 일부가 무너지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학교에선 학생들이 등교하는 시간에 지진이 발생해 혼란이 컸다. 부안 지역 초중고 학생은 물론 진앙에서 약 50km 떨어진 전북 전주시에서도 학생들이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학교 11곳에서도 천장 일부가 떨어지거나 벽에 금이 가는 등 건물 부분 파손 등의 피해가 났다.
아침 출근·통학 시간대였던 만큼 신고도 쏟아졌다. 소방청은 “전국 315곳에서 유감 신고가 접수됐고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지진 관측 후 10초 후인 오전 8시 27분 1초에 전국에 경보음과 함께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정부도 즉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비상 1단계를 가동하며 대응에 나섰다. 또 지진 위기경보 ‘관심-주의-경계-심각’ 중 3단계에 해당하는 ‘경계’를 발령했다. 중앙아시아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지진 직후 “국가기반시설 등에 대해 피해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안전점검을 실시하는 등 제반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날 “진원지에서 42.6km 떨어진 한빛원전을 포함해 현재까지 국내 모든 원자력시설의 안전성에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김예윤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