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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앓는 열혈팬 할머니, 한눈에 손흥민 반겨

치매 앓는 열혈팬 할머니, 한눈에 손흥민 반겨

Posted June. 20, 2024 07:50   

Updated June. 20, 202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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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이란 큰 부대가 있는데, 그 부대의 주인장이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손흥민(32)의 열혈 팬인 정금남 씨(83)는 손흥민을 이렇게 소개했다. 루이소체 치매를 앓고 있는 정 씨는 손흥민의 경기를 응원하는 영상 등을 통해 알려졌고, 손흥민도 정 씨의 존재를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정 씨는 매 경기를 챙겨 볼 뿐만 아니라 집 안 곳곳에 손흥민의 유니폼과 사진 등을 놓아둘 정도의 열혈 팬이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8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손흥민과 정 씨의 만남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손흥민과 정 씨는 2026 북중미(미국, 캐나다, 멕시코)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최종전 중국과의 경기 하루 전인 10일 만났다. 정 씨는 손흥민을 만나기 직전까지도 쉽게 믿지 못했다. 손흥민이 “할머니 덕분에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아 만날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 할머니 곧 봬요”라는 영상 편지를 전했는데 정 씨는 “많이 속아서 진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 씨는 축구대표팀 숙소에서 손흥민을 실제 만나자 “에이, 이 사람, 말하고 와야지 혼자 오는 것이 어딨어. 한번 안아 봐야지”라며 기쁨의 포옹을 했다. 루이소체 치매는 알츠하이머 치매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치매로 인지기능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이는데, 루이소체 치매를 앓고 있는 정 씨가 손흥민을 본 즉시 알아본 것이다. 정 씨는 손흥민과 가진 짧은 만남 동안 손흥민의 손을 내내 잡고 있으면서 “너무 말랐다. 잘 먹지 않는 것 같다”며 연신 걱정을 하기도 했다.

손흥민 역시 휠체어를 탄 정 씨의 시선에 맞게 자세를 낮춰 대화하며 “감사하다”는 표현을 여러 차례 했다. 손흥민은 “항상 응원해주셔서 진짜 정말 감사하고, 영상으로 보고 정말 감동받았다”고 했다. 손흥민은 또 자신의 사인이 담긴 대표팀 유니폼을 선물하며 “제가 사인해뒀으니까 내일 이거 입고 오시라”며 “할머니를 위해 열심히 뛰어다닐 테니까 열렬히 응원해 달라”고 했다.

정 씨는 손흥민과 만난 뒤 “아쉽다. 얼굴도 참 이쁘고”라는 아쉬움의 소감을 전했다. 이튿날 손흥민이 선물한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은 정 씨는 환한 미소와 함께 “지금이 83세인데 100세까지 축구를 볼 것”이라고 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