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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네 딸 괴롭힐 것”… 시작은 멀쩡한 대부업 플랫폼이었다

“평생 네 딸 괴롭힐 것”… 시작은 멀쩡한 대부업 플랫폼이었다

Posted June. 25, 2024 08:11   

Updated June. 25, 2024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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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황과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을 노린 불법 사금융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식 대부업체로 위장한 불법 사채업자들에게 빌린 수십만 원은 눈 깜짝할 사이에 수백, 수천만 원으로 불어났다. 마지막 동아줄인 줄 알았지만 죽을 때까지 끊어낼 수 없는 목줄이었다. 살인적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피해자가 불법 추심에 쫓겨 가정이 붕괴되거나 극단적 선택에까지 내몰리는 참담한 일이 잇따르고 있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만난 40대 여성도 아이의 학원비를 대려 40만 원을 빌렸다가 헤어날 수 없는 불법 사채의 늪에 빠졌다. 일주일마다 원금의 절반씩 이자가 붙고 연장비, 연체비 등 각종 명목의 채무가 더해져 갚아야 할 돈은 6주 만에 원금의 15배로 불었다. 입금이 늦어지면 집요한 괴롭힘이 시작됐다. 대출 심사에 필요하다며 요구한 가족, 지인의 ‘비상연락망’이 족쇄가 됐다. 자신을 해치겠다는 협박까지는 참을 수 있었지만 딸 아이의 학교와 반을 언급하며 “평생 네 딸을 괴롭히겠다”는 문자에 엄마는 무너지고 말았다.

불법 사채업자들은 피해자들을 이용해 조직 규모를 불리는 악랄한 방법까지 사용했다. 빚을 탕감해준다며 피해자를 불법 사채조직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된 말단 조직원들은 본인들이 당한 방식으로 다른 피해자의 목을 죄는 비인간적인 상황에 몰렸다.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면 ‘꼬리 자르기’를 하는 용도로 이들을 활용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혈을 빨아낸 것이다.

절박한 이들이 불법 사채로 내몰리게 되는 주된 통로는 온라인 대부중개 플랫폼이다. 금융감독원 조사에서 피해자의 80%가 플랫폼에서 불법 사채를 접했다고 답했다. 플랫폼을 통해 정식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고자 해도 불법 사채조직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상당수다. 불법 사채조직이 정식 대부업체를 미끼로 내세워 영업하거나, 정식 대부업체가 대출 문의 고객의 연락처를 불법 조직에 팔아넘기는 경우가 많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확인해보니 실제로 합법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업체들의 상당수는 불법 업체였다. 플랫폼 여러 곳에 광고 중인 업체 62곳에 연락해 검증해보니 법정 이율을 준수하고 대부업 등록번호를 공개하는 곳은 단 3곳에 불과했다. 현행법상 대부업체는 반드시 사무실을 두어야 하지만 등록된 주소에 가보면 유령업체인 경우도 많았다. 합법을 가장한 불법 업체들이 판을 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금융감독원은 서로에게 관리 책임을 미루고 있다.

불법 사금융은 개인의 인생을 송두리째 짓밟고 가정과 사회를 파괴하는 반(反)사회적 범죄 행위다. 이런 암덩어리들이 확산되지 않도록 흉악범죄 수준으로 단속하고 처벌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저신용자들을 위한 급전 창구를 다양화해 불법 사금융이 기생하는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