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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달러’와 ‘超엔저’의 협공에 불안한 韓 경제

‘킹달러’와 ‘超엔저’의 협공에 불안한 韓 경제

Posted June. 29, 2024 07:34   

Updated June. 29, 2024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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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가치의 가파른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어제 엔-달러 환율이 사흘 연속 160엔을 넘어섰다. 1986년 12월 이후 37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달러 가치의 나 홀로 독주에 1400원을 위협하던 원-달러 환율은 어제 1370원대로 떨어지는 등 널을 뛰고 있다. ‘킹달러’와 ‘초(超) 엔저’의 협공 속에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이 위태로운 안개 속을 걷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60엔을 넘어선 것은 4월 이후 두 달 만이다. 일본 당국이 9조7000억 엔 어치의 달러를 푸는 등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에 나섰지만 두 달 만에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미국이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옅어진 영향이 컸다. 시장 일각에선 엔화 가치가 달러당 170엔까지 떨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엔화 약세가 장기화되는 것은 한국 경제로서는 반갑지 않다. 일본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한국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자동차·철강 등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일본 관광의 증가로 여행 수지 적자도 더 커질 수 있다.

최근 들어 엔화와 원화의 동조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어 엔화 가치의 하락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환율 상승은 수출기업에게 호재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일본 등 경쟁국의 통화가치도 함께 떨어지고 있어 수혜를 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수입 물가 상승으로 국내 소비자 물가가 오르고, 기업의 원가 부담이 커지는 부작용이 더 크다. 최근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환율 때문에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당국이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해 해외 자산을 매각할 경우 미 국채 금리가 뛰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의 정치적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안요인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 한국은행을 향해 금리인하를 압박하는 것은 환율 불안을 부추길 수 있어 적절하지 않다. 지금은 초엔저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환율을 안정시키는 데 정책 역량을 우선적으로 투입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