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확 짙어진 트럼프 대세론… 북핵•투자 리스크 더 커졌다

확 짙어진 트럼프 대세론… 북핵•투자 리스크 더 커졌다

Posted July. 01, 2024 08:04   

Updated July. 01, 2024 08:04

中文

지난주 미국 대통령 후보 간 첫 TV토론으로 워싱턴은 물론 전 세계가 혼돈에 빠졌다. 고령의 바이든 대통령이 논리적 토론을 버거워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자 민주당 내부에서 후보 교체 요구가 강하게 나왔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언론도 대체로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트럼프 후보가 우세하던 올 초 선거 판세는 최근 박빙으로 바뀌는 흐름이었지만, 이제 트럼프 대세론이 단단해졌다.

더 커진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은 향후 4년간 한미 동맹에 큰 변화를 예고한다. 그는 집권 1기 때처럼 한미 동맹을 거래와 흥정의 대상으로 볼 것이다. 트럼프 후보는 1개월 전 타임지 인터뷰에서 “왜 한국처럼 부유한 나라를 미국 세금으로 지켜주느냐”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2만8500명인 주한미군의 규모를 더 감축하고, 우리가 부담하는 연간 1조 2000억 원 규모의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대폭 인상하도록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확장 억제’로 부르는 핵우산 제공은 계속할 것이지만, 재래식 무기 방어는 한국이 해결해야 한다는 새 원칙을 트럼프 캠프는 줄곧 거론해 왔다.

트럼프는 재집권 후 북핵 협상에 다시 나설 수 있다. 2019년 하노이 회담은 김정은이 영변 등 일부 핵시설 포기의 대가로 완전한 경제제재 중단을 요구하는 바람에 깨졌다. 요즘 트럼프 캠프의 핵심 참모들은 ‘북한이 핵 폐기가 아닌 동결에만 나서도 제재를 풀어주는’ 식의 협상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TV토론 이후 이런 트럼프발 안보 리스크는 더 커졌다.

트럼프가 “임기 첫날 전기차 보조금 폐기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공언한 것도 파장을 짐작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 발언은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부품이 40%가 적은 전기차가 시장을 주도할 경우 일자리 위협을 느끼는 미시건 주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것이었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바이든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맞춰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해온 우리 자동차, 배터리 기업들의 투자전략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트럼프 4년을 경험했던 국제사회는 그의 복귀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 긴장하고 있다. 1기 행정부 때 중심을 잡아주던 관록 많은 참모들은 다수가 그를 떠났다. 트럼프 2기가 동맹에 균열을 내고, 북한과 타협하고, 우리 산업의 기반을 흔드는 대혼란은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결국 다가올 현실을 대비하는 길밖에 없다. 바이든 행정부와 협력하는 동시에 트럼프 인사들에게 한국의 이해와 현실을 납득시켜야 한다. 비상한 각오로 트럼프 2기를 소리 없이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