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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클릭’ 英 노동당, 14년만에 정권교체

‘우클릭’ 英 노동당, 14년만에 정권교체

Posted July. 06, 2024 07:49   

Updated July. 06, 2024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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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노동당이 4일(현지 시간)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14년 만에 집권 보수당을 누르고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제2의 토니 블레어’로 불리는 키어 스타머 대표(62)가 소득세와 법인세 동결, 아동수당 확대 반대, 국경 경계 강화 등 기존 좌파 색깔을 지운 ‘우클릭 공약’을 앞세워 중도 표심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90년 창당 역사 이래 최저 의석을 얻은 보수당은 경제 문제와 불법 이민자 증가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참패했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5일 노동당은 하원 전체 650석 중 410석을 차지해 절반을 훌쩍 넘으며 제1당으로 확정됐다. 2019년 총선 때보다 208석이나 늘어난 것. 반면 보수당은 113석으로 기존 의석(365석)의 3분의 1 수준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중도 성향 자유민주당은 71석으로 3당에 올라섰다. 극우 성향 영국개혁당은 4석을 확보해 처음으로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에선 다수당 대표가 총리로 선출되는 만큼 스타머 대표가 차기 총리로 난제가 산적한 영국을 이끌게 됐다. 스타머 대표는 5일 중간 개표 결과 승리가 확실시되자 런던 중심부에서 지지자들에게 “영국은 14년 만에 미래를 돌려받았다”며 “마침내 희망의 햇살 아래 걷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노동당이 보수당에 대패한 다음 해인 2020년 대표를 맡아 공공서비스 국유화, 무상 대학 등록금 등 좌파적 공약을 대거 버리고 중도 실용주의를 강조해 왔다. 올해 노동당 강령의 핵심에 ‘부의 창출’을 명기해 중산층과 부유층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1834년 창당 이후 190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보수당은 재창당 수준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윈스턴 처칠과 마거릿 대처 등 굵직한 총리를 배출했던 보수당은 최근 물가 상승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투자 감소 등 경제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당내에선 “대학살을 당했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정신이 확 드는(sobering) 판결을 받았다”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