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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전공의 모집 첫날, 세브란스 교수들 “제자로 못받아”

하반기 전공의 모집 첫날, 세브란스 교수들 “제자로 못받아”

Posted July. 23, 2024 07:55   

Updated July. 23, 2024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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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9월부터 수련을 시작할 하반기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모집이 22일부터 시작됐지만 지원자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선발되는 전공의를 지도하지 않겠다는 의대 교수들의 움직임까지 확산되면서 사직 전공의 상당수는 수련을 포기하고 개원가로 나서는 모습이다.

전국 수련병원 211곳 대부분은 22일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시작했다. 수련병원들은 사직 처리된 전공의 7648명의 빈자리를 포함해 7707명을 모집하겠다고 보건복지부 산하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에 신청했지만 첫날 지원한 전공의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직 처리된 전공의 자리를 채우겠다는 정부와 병원 경영진의 방침에 반발하는 의대 교수들도 늘고 있다.

이날 세브란스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연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병원은 하반기 정원을 신청했지만 이 자리는 세브란스 전공의를 위한 자리”라며 “자리를 비워두고 (전공의들이) 당당하고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예비 지원자들을 향해 “정부의 폭압과 협박으로 채용되더라도 제자와 동료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성모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가톨릭중앙의료원 영상의학교실 교수들도 20일 “교육과 지도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원자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탈락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필수과 교수는 “반드시 공고 인원만큼 선발해야 하는 건 아니다. 역량이 부족하면 안 뽑을 수도 있다”고 했다. 5대 대형병원 관계자도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를 사직 처리하지 않으면 정원을 줄일 수 있다고 해 최대한 많은 정원을 신청했지만 과별로 몇 명을 뽑으라고까지 강제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대학병원 특유의 끈끈한 사제관계를 잘 아는 사직 전공의 사이에서도 “무리해 병원을 옮길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사직 전공의는 “향후 전임의(펠로), 교수로 이어지는 과정까지 생각하면 현재 지도교수와 계속 같이 가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계에선 수련병원 근무 경험이 없는 지방 수련병원 인턴과 레지던트 1년 차 일부 정도만 수도권 병원으로 이동을 고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직 전공의 상당수는 대학병원으로 돌아가는 대신 1, 2차 병원에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 정부가 제시한 수련복귀 특례를 포기하면 빨라야 내년 9월에나 병원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일단 돈을 벌며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취지다. 수도권 대학병원 3년 차 레지던트에서 사직 처리된 전직 전공의는 “선배가 운영하는 요양병원에서 몇 달 동안 일하며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도 최근 서울시의사회에 사직 전공의들을 적극 고용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개원가로 쏟아지는 사직 전공의들이 늘면서 월 1000만 원가량이던 봉직의(페이닥터) 급여는 600만 원 안팎으로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민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