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끓는 물이 담긴 냄비’를 들고 있었다는 이유로 백인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흑인 여성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각각 성명을 내고 ‘흑인 생명의 소중함(Black Lives Matter)’을 강조하며 연대 호소에 나섰다. 최근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물러난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할 가능성이 높은 해리스 부통령은 흑인과 인도인 부모를 뒀고, 비(非)백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많이 받아 왔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이 11월 미 대선에서 인종 갈등 등의 이슈를 부각시키는 촉매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3일 더힐 등 외신들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의회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숨진) 조지 플로이드 경찰 정의법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사건의 피해자인 흑인 여성 소냐 매시(36)는 6일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경찰관인 숀 그레이슨(30)의 총에 맞아 숨졌다. 매시는 이날 “집 안에 침입자가 있는 것 같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그레이슨은 집 주변을 수색했지만 아무도 없었다. 이에 집 안으로 들어가 신분증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매시가 스토브 위에서 끓고 있던 냄비를 들자 욕설과 함께 내려놓을 것을 명령하다 총으로 매시의 머리를 쐈다. 그레이슨은 정당방위를 주장했지만 22일 모든 상황을 담은 보디캠 영상이 공개되며 공분을 샀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매시가 경찰의 손에 숨진 것은 미국에서 흑인들이 안전에 대한 두려움과 자주 마주하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매시는 안전할 권리가 있었다”며 “어제 공개된 영상은 많은 사람들의 실제 경험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사법 제도가 그 이름에 걸맞게 운영되려면 해야 할 일이 많다”며 단결을 촉구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