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영난을 겪는 병원들에 건강보험 급여를 미리 지급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병원에는 소속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을 철회하지 않아 급여 지급이 보류되고 있다. 급여 지급이 보류된 병원 교수들은 ‘무기한 휴진’을 철회하지 않았지만 ‘진료 재조정’을 통해 사실상 정상 진료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05개 병원이 올해 5월 건강보험료 급여 선지급을 신청했다. 이들 중 62개 병원이 대상 기관으로 선정됐고 34개 병원은 요건 미달로 탈락했다. 서울아산병원과 고려대안암병원, 세브란스병원, 충북대병원 등 9개 병원은 소속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을 선언했다는 이유로 지급이 보류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무기한 휴진하는 병원에 운영에 필요한 돈을 미리 지급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병원 소속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을 철회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 건강보험 급여 선지급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건강보험 급여 선지급 대상에서 보류됐던 충북대병원은 소속 교수들이 1일 ‘무기한 휴진’을 공개적으로 철회하면서 7일 건강보험 급여 선지급이 진행됐다. 반면 서울아산병원과 고려대안암병원 등 나머지 8개 병원 소속 교수들은 여전히 ‘무기한 휴진’을 철회하지 않아 급여가 지급되지 않고 있다.
8개 병원 중 서울아산병원과 고려대안암병원 등 4개 병원 소속 교수들은 경증 질환 환자의 진료를 제한하고 중증·응급·희귀 난치성 질환에 집중하는 ‘진료 재조정’을 통해 사실상 정상 진료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릉아산병원과 울산대병원 소속 교수들은 무기한 휴진을 선언하지 않았는데도 서울아산병원처럼 울산대 의대 교수들이 근무하고 있어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주장했다. 울산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강릉아산병원과 울산대병원은 무기한 휴진을 선언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속 교수들은 ‘무기한 휴진’을 철회하지도 ‘진료 재조정’을 밝히지도 않았다.
복지부는 병원들의 경영난을 고려해 6∼8월 병원들이 지난해 받았던 건강보험 급여의 30%를 미리 지급하고 있다. 3개월 치 건강보험 급여 선지급 액수는 1조1000억 원에 달한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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