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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2000명 배정’ 회의자료 폐기, 뭐가 켕겨서…

‘의대 2000명 배정’ 회의자료 폐기, 뭐가 켕겨서…

Posted August. 19, 2024 08:29   

Updated August. 19, 2024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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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의 ‘의대 교육 점검 청문회’에서 교육부가 정원배정위원회 회의 자료를 폐기했다고 밝혀 논란이다. 내년부터 늘어나는 의대 정원 2000명은 3월 세 차례 열린 배정위를 통해 지역 의대 40곳에 배정됐다. 교육부는 배정위가 법정 기구가 아닌 자문 기구라 회의록 작성 의무가 없어 회의록을 만들지 않았고, 회의 참고 자료와 회의 내용을 수기한 수첩도 모두 폐기했다고 했다. 이날 교육부는 1∼3차 회의 결과를 각각 4쪽씩 요약한 자료만 국회에 제출했다.

의대 증원처럼 교육과 보건 시스템에 파급력이 큰 정책을 추진하면서 일절 자료를 남기지 않았다는 교육부의 설명은 궁색하고 의아하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회의 진행 과정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자료를 보유하지 않고 폐기했다”고 했다. 의대 증원은 이해 관계가 첨예해 과거 여러 차례 철회를 반복됐던 민감한 정책이다. 정책 실패의 책임을 떠안을지 모르는 공무원이 회의록 작성은커녕 손으로 기록한 수첩까지 파쇄했다는 건 상식에 맞지 않는다. ‘깜깜이 심사’로 무엇을 감추려 한 것인지, 차후 문제가 될 자료를 폐기하라는 지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만 커질 뿐이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지 한 달 만인 3월 15∼18일 교육부는 배정위를 열어 의대 증원을 확정 지었다. 5시간 30분이 소요된 단 세 차례 회의에서 1000쪽에 달하는 의대 증원 신청서를 검토하고 의대별 정원을 배정했다. 배정위가 사실상 거수기 노릇을 하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정부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의사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의대 증원이라는 정책적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그 판단이 공감을 얻고 정책이 동력을 얻으려면 정책의 근거와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당위성만으로 일방통행을 하다간 갈등이 증폭되고, 정책의 수용도가 떨어진다. 정부가 회의록조차 남기길 꺼리며 밀실에서 졸속으로 의대 증원을 밀어붙인 결과는 6개월이 넘도록 이어지는 의정 갈등과 의료 파행이다. 이제는 의대 증원의 정당성과 필요성까지 흔들리는 상황이 초래됐다. 갑작스럽게 결정된 2000명이라는 숫자에 매몰돼 변칙으로 정책을 추진한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