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李든, 韓-李든 무조건 만나는 게 안 만나는 것보다 낫다

여야 대표회담이 25일 국회에서 열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그제 당대표 연임 일성으로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대표회담을 각각 제안한 데 대해 한 대표가 호응하면서 신속한 일정 합의를 이뤄냈다. 다만 대통령실은 어제 “영수회담에 앞서 국회 정상화와 여야 간 합의가 먼저”라며 유보적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영수회담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만큼 향후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만남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국민의힘에 이어 민주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당 지도부 구성을 마친 만큼 그 첫걸음으로 대화를 통한 정치의 복원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순서일 것이다. 사실 그간의 대치 정국도 4·10총선 이후 양당이 각자 내부 문제에 집중하느라 여야 관계를 뒷전으로 밀어두면서 빚어진 측면이 크다. 여도 야도 집안 정비를 마치고 본격 민심 경쟁에 나서는 지금이야말로 한 대표와 이 대표가 민생을 화두로 정국을 풀어나가는 역량을 보여줄 기회다.

다만 대표회담 결과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당장 이 대표가 우선적 의제로 제시한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과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을 두고 양당은 벌써부터 신경전에 들어갔다. 그간의 무수한 논란을 뒤로 하고 타협안이 마련될지 미지수다. 나아가 한 대표가 국정의 한 축으로서 대통령의 뜻과 다른 결정을 할 처지도 아닌 데다 윤 대통령과는 여전히 긴장 관계에 있는 분위기여서 여야 협의에는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대표회담은 더 큰 대화를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여야가 정치를 복원하고 협치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대화는 각각 정부와 국회 권력을 쥔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영수회담일 것이다. 두 사람은 4월 총선 후 한 차례 처음으로 만났다. 회담 이틀 뒤엔 여야 합의로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이후 야당의 입법 독주에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로 맞서는 악순환이 반복됐고, 급기야 갈라진 광복절과 막말 논란까지 갈등의 골은 더없이 깊어졌다.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다시 만난다고 해서 성과가 있을 것 같지도 않다. 다시 만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안 만날 수는 없다. 거대 야당의 협조 없이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운영도, 정부의 동의 없이 야당의 어떤 의제 추진도 불가능하다. 국정의 포기, 정치의 포기가 아니라면 만나야 한다. 만나 싸우더라도 먼저 얼굴을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