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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하게 전화 건 딸 “엄마, 5분밖에 못버틸 것 같아”

다급하게 전화 건 딸 “엄마, 5분밖에 못버틸 것 같아”

Posted August. 24, 2024 07:39   

Updated August. 24, 2024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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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났어. 나 이제 죽을 것 같거든. 5분 뒤면 진짜 숨 못 쉴 것 같아. 이제 끊어.”

22일 오후 7시 47분경 화마에 휩싸인 경기 부천시의 한 호텔 안에서 김단아 씨(28)는 어머니에게 다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김 씨는 생전 마지막으로 어머니와 통화를 하며 “구급대원이 안 올라올 것 같다. 장례식 하지 말고, 내가 쓴 일기랑 그런 것도 다 버려 달라”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

부천 호텔 화재로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유족들은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한 뒤 오열했다. 김 씨의 어머니는 경기 부천성모장례식장에서 23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딸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었다. 희망을 안고 병원에 갔지만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 씨의 부친도 벌개진 눈으로 말없이 빈소 영정사진 옆을 지키고 앉아 있었다. 두 살 터울 김 씨의 여동생은 검은 상복을 입고 아버지 옆에서 눈물을 훔쳤다. 김 씨는 사고 전날 아버지의 생일이었던 21일 “아빠 생일 축하해. 엄마랑 맛있는 것 먹고 잘 쉬어”라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김 씨 어머니는 “평상시에 말이 별로 없는 아이였는데 그날따라 ‘아빠 나 갈게’ 하고 나가더라”라며 “아이를 떠나보내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고 오열했다. 김 씨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며 꿈을 키워가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원 확인을 통해 가족의 사망 사실을 확인한 다른 유족들도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부천시의 부천장례식장에도 이번 화재로 사망한 40대 여성의 빈소가 마련됐다. 상복을 집은 유가족 세 명은 충혈된 눈으로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오후 1시경 순천향대학교 부속 부천병원 장례식장은 유족들이 안치된 시신을 인계받기 위해 도착했다. 유족들은 충격으로 제대로 걷지 못해 경찰과 병원 직원의 안내와 부축을 받으며 장례식장 지하1층 내부로 들어갔다. 아직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유족도 있는 가운데 화재 원인이 합동감식을 통해 규명될 예정이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