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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난 게임장 소화기로 유리문 깨고 구조 ‘시민 슈퍼맨’

불난 게임장 소화기로 유리문 깨고 구조 ‘시민 슈퍼맨’

Posted September. 04, 2024 08:07   

Updated September. 04, 2024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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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무조건 뛰어갔다.”

전남 영암군 성인게임장 방화 사건 현장에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소화기로 게임장 문을 부수고 화재 진압을 시도한 한 시민의 용기 있는 행동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인 김수철 씨(55)는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해당 사건은 1일 오후 1시 반경 영암군 삼호읍 한 상가건물 1층 성인게임장에서 벌어졌다. 중국 국적 불법체류자 A 씨(63)가 불을 질러 손님 2명이 중상을 입고 종업원과 손님 등 2명이 경상을 입었다. A 씨는 화재 현장에서 숨졌다.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 씨는 식당 일을 하던 중 동네 주민에게 “누가 성인오락실 문을 잠그고 안에서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질렀다”는 말을 들었다. 놀란 김 씨는 밖으로 뛰어나와 20여 m 떨어진 성인게임장으로 달려갔다. 게임장에는 불길이 번지고 있었고 주민들은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위험한 탓에 현장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사람부터 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주변에 보이는 나무 의자를 집어 들고 무작정 게임장 유리문을 치기 시작했다. 그즈음 경찰도 도착해 삼단봉으로 유리문을 함께 두들겼다. 하지만 쉽게 부서지지 않았다.

방법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김 씨는 급히 주변을 둘러본 뒤 건너편 수산물 시장 앞에 비치된 붉은색 소화기를 발견했다. 그는 달려가 소화기를 들고 와 다시 유리문을 내리쳤다. 그제야 문은 부서졌다. 김 씨는 내친김에 소화기 호스를 뽑아 진화까지 시작했다.

김 씨가 급박하게 움직인 2, 3분 동안 안에 있던 손님과 종업원 등 4명은 뒷문으로 탈출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이때는 소방관들도 도착해 본격적인 진화 작업이 이뤄졌다.

김 씨는 유리문을 부수는 과정에서 유리 조각에 손이 찢어졌으나 당시에는 정신이 없어 아픈지도 몰랐다고 한다. 그는 “유리를 깨면 사람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무조건 부쉈다”고 말했다.

이 사연을 계기로 김 씨의 과거 선행도 알려졌다. 그는 2011년 여름 낮에 집에서 쉬고 있다가 밖에서 “강도야” 하는 외침과 여성의 비명을 들었다. 그의 집은 광주 한 대학가 골목 근처였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속옷 차림 그대로 뛰어나간 김 씨는 한 남성이 20대 여대생을 추행한 뒤 도망가는 것을 목격했다. 김 씨는 빗속에서 맨발로 범인을 2km가량 추격해 붙잡은 뒤 경찰에 넘겼다. 이 일로 김 씨는 경찰의 ‘용감한 시민 포상’을 받았다. 김 씨는 “위험한 상황에 놓인 이웃들을 보면 항상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이형주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