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거 형태가 갈수록 아파트에 몰리는 가운데 잇단 화재 사건에서 아파트 화재에 대한 관심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5년간 아파트 화재로 숨진 사망자의 70% 이상이 연기 흡입이 사망 원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 원인은 음식물 조리, 담배꽁초 등 ‘부주의’가 약 절반이었다.
5일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2019∼2023년)간 발생한 아파트 화재는 총 1만4112건이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2993건이 발생해 최근 5년 중 가장 많았다. 지난 5년간 아파트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는 1781명(사망 174명·부상 1607명)으로 같은 기간 전체 화재 인명 피해(1만2072명)의 14.7%를 차지했다.
사망 원인으로는 유독가스 등의 연기 흡입이 가장 많았다. 연기 흡입으로 인한 사망자는 총 124명으로 전체의 71.2%를 차지했다. 화상 사망자가 14명(8%), 뛰어내림 등 추락으로 인한 사망자가 11명(6.3%)으로 뒤를 이었다.
화재 발생은 여름철(6∼8월)이 4018건(28.5%)으로 가장 많았고, 겨울철(12∼2월)이 3555건(25.2%)을 차지했다. 아무래도 여름철에 에어컨 등 냉방기 사용이 늘어나고 폭염 탓에 각종 기기의 과열 위험이 커지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요인별로는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6979건(49.5%)으로 약 절반을 차지했다. 그중 음식물 조리 중 발생한 화재가 가장 많았고 이어 담배꽁초, 불씨 방치 순이었다.
한편 최근 5년간 발생한 아파트 화재의 90.1%는 ‘발화 지점만 연소한 화재’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화재로 인한 화염이 전체 가구, 다른 층, 다른 가구로 확산하는 것이 아니라 주방, 침실 등 특정 공간에서만 진행된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발화 지점에서 발생한 인명 피해는 총 890명으로 전체 인명 피해의 50%를 차지했고, 다른 층에서 대피하다 발생한 인명 피해는 143명(15.8%)이었다.
아파트는 화재가 다른 층으로 확산되는 경우가 적지만, 대피 도중 연기에 질식사하는 경우가 많아 무조건적인 대피보다는 실내에 대기하며 창문 등 연기 유입을 막아야 한다. 소방청 관계자는 “화재가 발생한 층과 규모 등이 파악되지 않았다면 무조건 대피보다는 화재 상황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