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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대납’ 강요까지… 용산 졸속 이전이 부른 복마전

‘공사비 대납’ 강요까지… 용산 졸속 이전이 부른 복마전

Posted September. 21, 2024 07:33   

Updated September. 21, 2024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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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경호처 간부 정모씨가 2022년 5,6월 경호처장 공관 보수 공사를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별도의 계약 절차 없이 A씨에게 맡기고 공사비를 또다른 사업자 김모 씨에게 대납시킨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김 씨는 정 씨와 친분이 있어 16억3000만원짜리 대통령 집무실 방탄창호 공사를 맡았던 사업자로 정 씨가 공사 하자를 트집잡아 전면 교체를 요구하자 1억7600만원의 경호처장 공관 보수 공사 대금을 대납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김 씨가 대통령 집무실 방탄창호 공사 비용을 5배 이상 부풀린 견적서를 내고도 공사를 맡았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감사원은 김 씨에게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맡긴 정 씨도 함께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 조사 결과 정 씨는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공사, 박근혜 전 대통령 대구 사저 공사 등을 김 씨에게 맡기고 공사 대금을 1억원 가량 편취하고 뇌물로 7000만원 가량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 씨는 검찰 조사에서 “대통령실 이전 일정이 촉박해 불가피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경호처장 공관 공사는 시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그렇다면 왜 정 씨가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도 않는 대납을 요구했는지 설명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대통령실을 광화문으로 옮기겠다고 장담해놓고선 여의치 않자 갑자기 용산으로 바꿨다. 또 500억원이면 이전이 완료될 것처럼 말했으나 지난해까지 140억원이 추가된 것으로 나타났다.정 씨 개인의 잘못 외에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취임 일정에 맞춰 공사를 추진하다 보니 벌어진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대통령 관저 이전 역시 졸속으로 추진됐다. 처음에는 육군참모총장 공관으로 이전한다고 하다가 돌연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바뀌었다. 감사원 감사에서 관저 인테리어 공사를 따낸 업체가 하필이면 김건희 여사가 대표였던 코바나컨텐츠의 전시 후원자 가운데 한 곳이고 이 업체가 하도급을 준 18개 업체 중 15개가 무자격 업체로 드러났다. 이 역시 수의계약이어서 의혹투성이다.

촉발한 일정에 맞춰 빠듯한 예비비로 공사를 추진하다 보면 여러가지 비리가 생길 소지가 커진다. 수의계약에서는 더욱 그렇다.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 과정의 위법과 탈법 행위를 보다 철저히 조사해 밝힐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