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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억제력만 있나… 반도체 억제력도 있다

핵 억제력만 있나… 반도체 억제력도 있다

Posted October. 04, 2024 08:04   

Updated October. 04, 2024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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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2300만 명의 작다면 작은 섬나라, 대만이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표지를 장식한 적이 있었다. 2021년 5월 1일 자, 제목은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었다.

대만 수복을 노리는 중국의 위협이 커지던 시기였다. 팬데믹 이후 전 세계가 반도체 수급난에 부딪힌 때이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대만은 반도체 산업의 심장부”라며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칩 제조사인 TSMC는 최첨단 칩의 84%를 제조한다”고 썼다. 대만이 전쟁에 휩싸이면 이 지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전체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것이다.

TSMC는 실제로 성숙 공정부터 당시 최선단인 5나노 공정까지 애플과 퀄컴, 인텔,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미국 주요 정보기술(IT) 기업 대부분의 반도체를 만들어 납품하고 있었다. 사실상 ‘미국의 반도체 공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미국은 중국의 연이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대만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양국의 연합훈련을 공개했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거물들이 잇달아 대만을 찾았다.

지난주 참석했던 대한상공회의소-한미협회 ‘한미 산업협력 콘퍼런스’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들었다. 주제발표에 나선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미 대선에 따른 산업계 영향을 분석하다 “2030년이 되면 대만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 내 미국의 반도체 의존도가 일정 수준으로 낮아지기 때문에, 대만 이슈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관여할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조 바이든 정부 들어 미국에 착공한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팹들이 대부분 2030년이면 안정적인 생산에 들어갈 것임을 가정한 것이다. 미국은 반도체 수급난 이후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최근 인텔의 위기와 삼성·TSMC의 팹 건설 지연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의 궁극적인 의지는 꺾이지 않을 것이다.

권 교수의 지적은 대만을 겨냥했지만, 미중 전선의 또 다른 최전방인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는 같다. 한국은 미국의 오랜 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