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7일 페르디난드 로무알데스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바탄 원자력발전소 재개 타당성 조사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국은 수교 75주년을 맞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다고 발표했고 총 20건의 MOU를 체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담 후 공동 언론발표에서 “우리 두 정상은 이번 MOU 체결을 계기로 양국 간 원전 협력 기반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르코스 대통령도 “바탄 원전 재개와 관련한 면밀한 타당성 조사를 시행해 필리핀의 에너지 안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인해 건설이 중단된 바탄 원전은 2022년 전력 수요 대응을 위해 재개 결정이 내려졌다. 한국수력원자력이 바탄 원전 재개 관련 경제성과 안전성 등을 조사할 예정이며 타당성 조사에는 6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양국 정상과 재계 인사 등 200여 명이 참석한 한-필리핀 비즈니스포럼에서도 “필리핀에서도 ‘팀 코리아’가 최고의 원전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양국은 국방·방산·해양 분야에 걸친 안보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양 정상은 한국이 필리핀의 ‘군 현대화 3단계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필리핀에서 실시되는 연합훈련에 한국군 참여를 확대하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윤 대통령은 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와 관련해 “우리 두 정상은 역내 핵심 해상교통로인 남중국해의 평화, 안정, 안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했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이날 해양 안보·안전 협력 강화를 위한 ‘한-필리핀 해양 협력에 관한 MOU’도 체결했다.
이와 함께 한국 정부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활용해 역대 최대 규모인 약 20억 달러(약 2조6900억 원)를 필리핀 인프라 사업에 지원하기로 했다.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 건설에 9억500만 달러, 해상교량 건설에 10억 달러가 지원될 예정이다. 박춘섭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필리핀의 지역경제 발전을 지원하는 동시에, 우리나라 기업의 대형 인프라 사업 수주를 지원함으로써 양국이 ‘윈윈’하는 경제 협력 성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