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동 젠트리피케이션 ‘군집의 힘’ 지켜야 산다
Posted October. 15, 2024 08:36
Updated October. 15, 2024 08:36
문래동 젠트리피케이션 ‘군집의 힘’ 지켜야 산다.
October. 15, 2024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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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인터뷰했던 ‘미사일 깎는 장인’ 유대수 사장(66)을 14일 다시 찾아갔다. 1986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1가에 둥지를 튼 유 사장은 인터뷰 당시 8m 길이 연습용 미사일의 외피를 직접 깎아 군(軍)에 납품했다. 11년이 지난 지금 그는 미사일용 외피를 만들지 않는다. 그래도 여전히 고철 덩어리에 숨결을 불어넣는 기계 부품들을 만들고 있었다. 유 사장은 “건물주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임대료를 깎아준 뒤로 한 번도 안 올린 덕에 여기 남아 있다”며 “많이들 문래동을 떠났다”고 했다. 문래동 소공인들은 사업체 수 기준 1990년대 말 약 2600곳에서 최근 1260여 곳으로 줄었다. 대형화, 자동화의 흐름 속에 도태되거나 가업 승계가 안 돼 사업을 접은 곳도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젠트리피케이션이다. 공방과 레스토랑, 카페 등이 몰려들며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밀려나는 것이다. 최영산 서울소공인협회장은 “3, 4년 전 30평(약 99㎡)짜리 공장 월 임대료가 150만∼180만 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목 좋은 자리에 레스토랑이 250만 원을 내고 들어온다”고 했다. 좁은 땅 서울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그렇다 해도 청계천, 을지로, 성수동에 이어 서울에 마지막으로 남은 기계금속 뿌리산업 밀집지인 문래동 철공단지마저 와해된다면 조금은 아쉬울 듯하다. 문래동의 최대 강점은 ‘군집의 힘’이었다. 선반, 금형, 주조, 용접, 도금 등 기계 공정의 가치사슬을 모두 갖춘 협업 생태계 덕에 동네 공장 몇 곳만 돌면 2, 3일 내 웬만한 시제품은 뚝딱 만들어낼 수 있었다. ‘설계도만 있으면 탱크도 만든다’는 말로 대변되는 곳이 문래동이었다. 예전 같지 않다지만 지금도 연간 생산액이 1조2000억 원으로 작지 않다. 영등포구는 문래동 기계산업집적단지의 통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유 사장을 포함한 꽤 많은 소공인들이 찬성하고 있다. 유 사장은 “문래동 골목이 1960년대 만들어졌는데 재래식 화장실까지 그대로”라며 “건물 천장고가 낮아 새 기계를 들이기 어렵고 환경이 열악해 젊은 직원을 구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문제는 부지와 비용이다. 문래동 소공인들은 아파트형 공장엔 들어갈 수 없다. 30t짜리 기계 수십 개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정밀 기계들이 진동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단층 건물들이 집결할 단지가 필요하다. 한국산업관계연구원과 지역사회연구원은 통이전을 하려면 30만 ㎡ 이상 부지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수도권에 토지를 조성하고 막대한 사업비를 조달하려면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정부도 움직여야 한다. 문래동 소공인들은 6월 정부 부처 3곳에 통이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건의서를 제출했다. 돌아온 답변은 “영등포구가 요청하면 성실히 협의하겠다(국토교통부)” “우리부는 뿌리기업을 지원하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 “범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할 사항(중소벤처기업부)” 등 하나마나한 대답이었다. 소공인들이 흩어지면 집적의 힘도 사라진다. 중소기업이 시제품을 만들려고 지방이나 중국을 오가다 보면 1000원짜리 제품은 2000원이 될 것이다. 그리고 오른 가격은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간다. 문래동 통이전이 꼭 소공인들만을 위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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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인터뷰했던 ‘미사일 깎는 장인’ 유대수 사장(66)을 14일 다시 찾아갔다. 1986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1가에 둥지를 튼 유 사장은 인터뷰 당시 8m 길이 연습용 미사일의 외피를 직접 깎아 군(軍)에 납품했다. 11년이 지난 지금 그는 미사일용 외피를 만들지 않는다. 그래도 여전히 고철 덩어리에 숨결을 불어넣는 기계 부품들을 만들고 있었다. 유 사장은 “건물주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임대료를 깎아준 뒤로 한 번도 안 올린 덕에 여기 남아 있다”며 “많이들 문래동을 떠났다”고 했다.
문래동 소공인들은 사업체 수 기준 1990년대 말 약 2600곳에서 최근 1260여 곳으로 줄었다. 대형화, 자동화의 흐름 속에 도태되거나 가업 승계가 안 돼 사업을 접은 곳도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젠트리피케이션이다. 공방과 레스토랑, 카페 등이 몰려들며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밀려나는 것이다. 최영산 서울소공인협회장은 “3, 4년 전 30평(약 99㎡)짜리 공장 월 임대료가 150만∼180만 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목 좋은 자리에 레스토랑이 250만 원을 내고 들어온다”고 했다.
좁은 땅 서울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그렇다 해도 청계천, 을지로, 성수동에 이어 서울에 마지막으로 남은 기계금속 뿌리산업 밀집지인 문래동 철공단지마저 와해된다면 조금은 아쉬울 듯하다.
문래동의 최대 강점은 ‘군집의 힘’이었다. 선반, 금형, 주조, 용접, 도금 등 기계 공정의 가치사슬을 모두 갖춘 협업 생태계 덕에 동네 공장 몇 곳만 돌면 2, 3일 내 웬만한 시제품은 뚝딱 만들어낼 수 있었다. ‘설계도만 있으면 탱크도 만든다’는 말로 대변되는 곳이 문래동이었다. 예전 같지 않다지만 지금도 연간 생산액이 1조2000억 원으로 작지 않다.
영등포구는 문래동 기계산업집적단지의 통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유 사장을 포함한 꽤 많은 소공인들이 찬성하고 있다. 유 사장은 “문래동 골목이 1960년대 만들어졌는데 재래식 화장실까지 그대로”라며 “건물 천장고가 낮아 새 기계를 들이기 어렵고 환경이 열악해 젊은 직원을 구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문제는 부지와 비용이다. 문래동 소공인들은 아파트형 공장엔 들어갈 수 없다. 30t짜리 기계 수십 개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정밀 기계들이 진동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단층 건물들이 집결할 단지가 필요하다. 한국산업관계연구원과 지역사회연구원은 통이전을 하려면 30만 ㎡ 이상 부지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수도권에 토지를 조성하고 막대한 사업비를 조달하려면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정부도 움직여야 한다. 문래동 소공인들은 6월 정부 부처 3곳에 통이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건의서를 제출했다. 돌아온 답변은 “영등포구가 요청하면 성실히 협의하겠다(국토교통부)” “우리부는 뿌리기업을 지원하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 “범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할 사항(중소벤처기업부)” 등 하나마나한 대답이었다.
소공인들이 흩어지면 집적의 힘도 사라진다. 중소기업이 시제품을 만들려고 지방이나 중국을 오가다 보면 1000원짜리 제품은 2000원이 될 것이다. 그리고 오른 가격은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간다. 문래동 통이전이 꼭 소공인들만을 위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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