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 체픈게티(30·케냐)가 여자 마라톤에서 사상 최초로 ‘2시간10분 벽’을 깼다.
체픈게티는 13일(현지 시간) 미국 시카고마라톤 여자부 42.195km 풀코스 레이스에서 2시간9분56초의 세계 최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체픈게티는 2022년 이 대회에서 세운 개인 최고기록(2시간14분4초)을 4분 넘게, 티그스트 아세파(28·에티오피아)가 2023년 베를린마라톤에서 세웠던 종전 세계 최고기록(2시간11분53)을 2분 가까이 경신했다. 2위를 차지한 에티오피아의 수투미 아세파 케베디(30·2시간17분32초)와는 7분 넘게 차이가 났다. 2시간10분은 여자 마라톤의 한계로 여겨지던 기록이다.
체픈게티는 2021, 2022년에 이어 개인 통산 세 번째로 시카고마라톤 정상을 차지하며 시카고에서 유독 강세를 보였다. 체픈게티는 지난해 대회에서도 시판 하산(31·네덜란드·2시간13분44초)에 이어 2위(2시간15분37초)를 했다.
체픈게티는 세계 최고기록을 경신한 뒤 “너무 자랑스럽다. 내 꿈이었던 세계 최고기록을 생각하면서 계속 사투를 벌였다. (에티오피아 선수가 세웠던) 세계 최고기록이 케냐로 돌아왔다”고 기뻐했다. 케냐 선수가 여자 마라톤 세계 최고기록을 세운 건 2019년 역시 이 대회에서 우승했던 브리지드 코스게이(30·2시간14분4초) 이후 5년 만이다.
이날 체픈게티가 세계 최고기록을 세우면서 시카고마라톤은 기록의 산실임을 다시 확인했다. 코스게이부터 아세파, 체픈게티까지 최근 5년간 여자 마라톤 세계 최고기록은 3번 경신됐는데, 2번이 시카고마라톤에서 나왔다. 최근 5년간 여자 마라톤 톱 1∼4위 기록 중에 3개가 시카고 대회의 기록이다. 남자부 세계 최고기록(2시간00분35초)도 지난해 시카고마라톤에서 켈빈 킵툼(케냐)이 세웠다. 킵툼은 올 2월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체픈게티는 “영광을 킵툼에게 보낸다”고 말했다.
체픈게티의 기록은 이날 남자 선수들과 비교해도 전체 ‘톱 10’에 든다. 남자 선수 중 체픈게티보다 빠른 선수는 9명밖에 없었다. 남자부에서는 케냐의 존 코리르(28)가 2시간2분44초로 에티오피아의 후시딘 모하메드 에사(24·2시간4분39초)를 제치고 우승해 케냐가 남녀부 우승을 석권했다.
임보미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