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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북, 전장서 표적될 것”… 러 “한, 무기제공땐 가혹한 대응”

미 “북, 전장서 표적될 것”… 러 “한, 무기제공땐 가혹한 대응”

Posted October. 25, 2024 08:24   

Updated October. 25, 2024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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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 백악관이 23일(현지 시간) 파병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또 북한군이 실제 전투에 배치되면 우크라이나군의 “정당한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날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자국 주재 북한 외교관을 초치해 북한의 파병을 비판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한국을 위협하는 행보를 보였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 등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 안 된다”며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모든 조치에 가혹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하원은 24일 북한과 러시아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비준하며 북한과의 밀착을 공식화했다.

일각에선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한반도를 넘어 국제 정세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외교매체 포린폴리시(FP) 등은 한반도에 유사 상황이 발생하면 북한과 군사협력을 맺은 러시아가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도 북한이 파병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잠수함 기술 등을 지원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 백악관 “北, 정당한 표적될 것”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23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이달 초∼중순에 최소 3000명의 군인을 러시아 동부로 이동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북한 원산 지역에서 배를 타고 러시아 블라보스토크로 이동했고, 러시아 동부에 있는 다수의 러시아군 훈련 시설로 이동해 훈련을 받고 있다”고 했다.

특히 커비 보좌관은 “훈련을 마친 북한군이 러시아 서부로 이동해 우크라이나군과 교전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때 (우크라이나군의) “‘정당한 표적(fair target)’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을 상대로 자신을 방어하듯 북한군을 상대로 자신을 방어할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올 8월 6일부터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 수미 일대를 점령하고 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우크라이나의 첫 러시아 본토 점령이다. 커비 보좌관의 발언은 북한군이 이 지역에 배치돼 러시아군을 도울 경우 우크라이나군도 북한군을 공격할 것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커비 보좌관은 북한이 파병을 통해 얻을 대가에 대해선 “현재로선 잘 모른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는 “러시아와 북한의 전례 없는 수준의 직접적인 군사 협력을 보여준다. 유럽은 물론 인도태평양의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거듭 우려했다.

같은 날 독일 외교부도 소셜미디어 X에 자국 주재 북한대사관 대사대리를 초치한 사실을 공개하며 “북한이 러시아의 침략전쟁을 병력으로 지원한다면 중대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오스트리아 외교부도 “러시아에 북한 무기와 병력이 있다는 보도에 대해 깊은 우려를 전하기 위해 북한 대사를 소환했다”고 밝혔다.

● “우크라전, 남북한 대리전으로 변모 우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늘릴 경우 남북한 대리전 양상을 띨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FP는 한국 정부는 이런 북한에 맞서 우크라이나에 살상용 무기 지원은 물론, 우크라이나군이 북한 포로를 심문할 때 쓸 통역자 파견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비살상용 군수 물자 지원을 무기 지원으로 전환하는 안을 내놨는데 이는 지구 반대편으로 전쟁이 확대되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쿠르스크에서의 전쟁을 한국의 대리전으로 바꿀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파병으로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이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많다. 뉴욕타임스(NYT)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ICBM과 핵잠수함 기술을 러시아로부터 얻어낼 수 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자국산 미사일 발사 거리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미국 정부에 대한 위협과 경고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안보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북한 전문가 레이철 리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러시아에 의지할 이유가 더 많아질 것”이라며 한반도에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러시아의 존재감이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에 맞서 미국의 군사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 하원 정보위원장인 공화당 소속 마이크 터너 의원은 23일 성명에서 “북한 병력이 우크라이나 영토를 침공하면 미국은 북한군에 대해 직접적인 군사 행동을 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 · 최지선 aurinko@donga.com · 신규진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