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 시간) 미국 대선의 현장 투표가 시작되며 미국 전역에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두 후보 간 초박빙 대결이 이어진 가운데 당선자 윤곽이 드러나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양측 지지자들 간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백악관과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의 관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의 자택에 대한 경계도 강화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4일 “미 비밀경호국이 백악관과 인근 해리스 후보 관저에 8피트(약 2.5m) 높이의 철조망을 설치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앞 라파예트 광장과 인근 재무부 단지에도 두꺼운 철제 울타리가 세워졌다. 2021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대선 패배에 불복한 공화당 극렬 지지자들로 ‘1·6 의사당 난입 사태’가 벌어졌던 국회의사당 앞엔 자전거 거치대로 쌓은 임시 장벽과 폴리스라인이 등장했다.
해리스 후보가 개표 상황을 지켜볼 장소로 알려진 모교 하워드대 인근 거리도 4일 오후부터 통행이 제한됐다. 워싱턴 당국 관계자는 “워싱턴 도심 상황을 감시할 경찰 헬기와 드론(무인기)을 동원했다”며 “경찰 병력도 추가로 더 배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올해 두 차례의 암살 시도가 있었던 트럼프 후보에 대한 경비도 강화됐다. 트럼프 후보가 개표를 지켜보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자택과 5일 오후 행사를 개최할 예정인 자택 인근 컨벤션 센터엔 백악관과 비슷한 수준의 보안장치가 마련될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들도 자체적인 소요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백악관 인근 일부 건물 소유주와 자영업자들은 대형 가림벽을 세웠으며, 창문을 판자로 막아 화재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 한 주민은 “폭동도 무섭지만, 경찰의 감시가 백악관에 쏠린 틈을 타 약탈 범죄가 벌어질까 두렵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선거 기간 24시간 특별 사설 경비를 요청한 건물들도 있다.
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