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제도 개선 방안이 말하지 않은 문제들
Posted November. 19, 2024 07:54
Updated November. 19, 2024 07:54
PF 제도 개선 방안이 말하지 않은 문제들.
November. 19, 2024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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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판용 경기 수원 광교호수공원 근처 쇼핑센터 ‘앨리웨이 광교’는 2019년 준공 직후부터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로 떠올랐다. 시행사인 네오밸류가 상가를 분양하지 않고 직접 운영하면서 젊은 층이 선호하는 ‘힙한’ 식당과 카페 등 임차인을 유치하고, 문화 공연과 축제 등 보고 듣고 즐길 거리를 기획하며 사람들을 끌어모은 덕분이었다. 정부는 이달 14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제도 개선 방안’에서 역량 있는 한국형 디벨로퍼를 육성하겠다며 앨리웨이 광교를 대표 사례로 꼽았다. 분양으로 수익을 내는 게 일반적인 국내에 선진국형 개발사업 방식을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국내에는 드물지만 미국과 일본에서는 대형 부동산 개발회사들이 건물을 지은 뒤 매각하지 않고 직접 운영하는 방식이 일찍이 자리 잡았다. 이런 개발사업에는 보험사, 펀드, 일반 개인까지 지분 투자자로 참여한다. 자산 가치 상승에 더해 꾸준히 임대 수익이 나오기 때문이다. 해외 부동산 PF 사업의 대출 비중이 낮은 것도 투자금을 끌어와 사업을 하기 때문이다. 반면 선진국형 개발사업이 뿌리내리지 못한 건 국내 부동산 시장의 특성 탓이 크다. 국내에선 착공 시점에 분양하는 ‘선분양’이 일반적이다.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수분양자로부터 자금을 끌어와 공사비에 충당할 수 있는 구조다. 시행사 입장에서는 투자를 유치해 개발 이익을 지분대로 나누기보다는 PF 대출을 일으켜 땅을 매입한 뒤 서둘러 분양하는 게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유리하다. 금융기관들은 시공사 보증만 믿고 자본력이 취약한 시행사들에 ‘묻지마 대출’을 내주면서 PF 위기를 키웠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황순주 연구위원은 이런 구조를 “주요 선진국 중 어떤 나라에서도 이러한 구조를 찾아볼 수 없다”며 “갈라파고스적 부동산 PF”라고 지적했다. 전세 제도도 PF 구조를 갈라파고스로 만든 원인 중 하나다. 선진국형 개발사업은 임대료, 즉 월세로 수익을 내는데 전세로는 이런 수익 구조를 짜기 어렵기 때문이다. 임대료 규제도 걸림돌이다. 기업형 임대사업의 경우 계약갱신 청구권, 임대료 상승률 5% 제한에 더해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특별법’에 따라 초기 임대료 제한, 임대보증 가입 등 더욱 촘촘한 규제가 적용된다. 정부는 국내 PF 사업 구조를 선진화하기 위해 토지주, 시행사 등에 세제 혜택과 용적률 규제 등 ‘당근’을 주겠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선진국형 개발사업 방식이 안착하려면 기업들이 월세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토양이 갖춰져야 한다. 제도 개선 방안에는 들어 있지 않지만, 전세의 월세화가 더 가속화되고 월세가 오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주거 비용이 과도하게 오르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할 필요는 있지만, 시행사들에 분양이 가장 쉬운 돈벌이인 토양이 바뀌지 않는 한 PF 위기는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에서 보듯 PF 위기의 최대 피해자는 일반 국민이다. 여야는 9월 부동산개발사업 관리법 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모처럼 PF 위기를 막기 위해 한목소리를 낸 여야가 과도한 임대료 규제를 유연하게 푸는 데에도 머리를 맞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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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판용 경기 수원 광교호수공원 근처 쇼핑센터 ‘앨리웨이 광교’는 2019년 준공 직후부터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로 떠올랐다. 시행사인 네오밸류가 상가를 분양하지 않고 직접 운영하면서 젊은 층이 선호하는 ‘힙한’ 식당과 카페 등 임차인을 유치하고, 문화 공연과 축제 등 보고 듣고 즐길 거리를 기획하며 사람들을 끌어모은 덕분이었다.
정부는 이달 14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제도 개선 방안’에서 역량 있는 한국형 디벨로퍼를 육성하겠다며 앨리웨이 광교를 대표 사례로 꼽았다. 분양으로 수익을 내는 게 일반적인 국내에 선진국형 개발사업 방식을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국내에는 드물지만 미국과 일본에서는 대형 부동산 개발회사들이 건물을 지은 뒤 매각하지 않고 직접 운영하는 방식이 일찍이 자리 잡았다. 이런 개발사업에는 보험사, 펀드, 일반 개인까지 지분 투자자로 참여한다. 자산 가치 상승에 더해 꾸준히 임대 수익이 나오기 때문이다. 해외 부동산 PF 사업의 대출 비중이 낮은 것도 투자금을 끌어와 사업을 하기 때문이다.
반면 선진국형 개발사업이 뿌리내리지 못한 건 국내 부동산 시장의 특성 탓이 크다. 국내에선 착공 시점에 분양하는 ‘선분양’이 일반적이다.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수분양자로부터 자금을 끌어와 공사비에 충당할 수 있는 구조다.
시행사 입장에서는 투자를 유치해 개발 이익을 지분대로 나누기보다는 PF 대출을 일으켜 땅을 매입한 뒤 서둘러 분양하는 게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유리하다. 금융기관들은 시공사 보증만 믿고 자본력이 취약한 시행사들에 ‘묻지마 대출’을 내주면서 PF 위기를 키웠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황순주 연구위원은 이런 구조를 “주요 선진국 중 어떤 나라에서도 이러한 구조를 찾아볼 수 없다”며 “갈라파고스적 부동산 PF”라고 지적했다.
전세 제도도 PF 구조를 갈라파고스로 만든 원인 중 하나다. 선진국형 개발사업은 임대료, 즉 월세로 수익을 내는데 전세로는 이런 수익 구조를 짜기 어렵기 때문이다. 임대료 규제도 걸림돌이다. 기업형 임대사업의 경우 계약갱신 청구권, 임대료 상승률 5% 제한에 더해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특별법’에 따라 초기 임대료 제한, 임대보증 가입 등 더욱 촘촘한 규제가 적용된다.
정부는 국내 PF 사업 구조를 선진화하기 위해 토지주, 시행사 등에 세제 혜택과 용적률 규제 등 ‘당근’을 주겠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선진국형 개발사업 방식이 안착하려면 기업들이 월세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토양이 갖춰져야 한다. 제도 개선 방안에는 들어 있지 않지만, 전세의 월세화가 더 가속화되고 월세가 오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주거 비용이 과도하게 오르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할 필요는 있지만, 시행사들에 분양이 가장 쉬운 돈벌이인 토양이 바뀌지 않는 한 PF 위기는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에서 보듯 PF 위기의 최대 피해자는 일반 국민이다. 여야는 9월 부동산개발사업 관리법 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모처럼 PF 위기를 막기 위해 한목소리를 낸 여야가 과도한 임대료 규제를 유연하게 푸는 데에도 머리를 맞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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