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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힘든 늪”… 9년 만에 긴급성명 낸 16개 기업 사장단

“한국 경제 힘든 늪”… 9년 만에 긴급성명 낸 16개 기업 사장단

Posted November. 22, 2024 08:51   

Updated November. 22, 2024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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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SK 현대차 LG 등 주요 기업 16개사 사장단이 21일 “현재와 같은 어려움이 지속될 경우 국내 경제가 자칫 헤어나기 힘든 늪에 빠질 수 있다”며 긴급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주요 기업 사장단이 한 자리에 모여 성명을 내놓은 것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으로 내수 침체가 이어지던 2015년 7월 이후 9년 만에 처음일 정도로 이례적이다.

사장단은 한국 경제의 현 상황을 위기라고 진단했다. 성장동력 약화로 경제성장률 2% 달성도 버거워졌고, 내수는 가계부채 등으로 구조적 침체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봤다. 그나마 버티던 수출마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 환경 변화 등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고 했다. 환율은 오르고 기업부채는 급증하면서 경영환경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한국 기업의 성장성을 낮게 본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을 떠나고 있다.

사장단은 한국 경제가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선 정부와 국회, 국민과 기업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국회를 향해서는 규제 입법보다는 경제살리기를 위한 법안과 예산에 힘써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이사 충실의무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가뜩이나 불확실성이 커진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란 위기감을 드러냈다. 사장단은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으로 이사회의 정상적인 운영과 신성장동력 발굴이 어려워져 기업 경쟁력 훼손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했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과감한 규제 개혁도 주문했다. 각국이 첨단산업 지원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만큼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이차전지, 모빌리티, 바이오, 에너지, 산업용 소재 등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기업도 변화의 중심에 서서 신사업 발굴과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기업들이 절박하게 호소하고 있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귀를 닫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내년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강력한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지만, 저성장을 돌파할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위기 상황이나 불안한 상황은 지나갔다”며 성과를 자화자찬하기 바쁘다. 정치권은 기업 발목잡기 입법에만 몰두하고 있다. 저성장 탈출의 해법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경제 활력을 높이는 것이다. 위기 돌파의 첨병인 기업들의 호소를 더는 외면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