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가 27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헌재는 16일 오전 재판관 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을 변론 준비 절차에 회부해 첫 변론준비기일을 27일 오후 2시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의결된 탄핵소추안이 헌재에 접수된 지 13일 만에 첫 기일을 진행하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당시 첫 준비기일도 13일 만에 잡혔다. 헌재가 ‘현직 대통령 탄핵’이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이전 사건보다 늦지 않고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변론준비기일’은 심리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를 미리 정리하고 중복되는 사안을 추려내는 절차다. 헌재는 준비 절차를 담당할 수명(受命)재판관으로 이미선(54·사법연수원 26기), 정형식(63·사법연수원 17기) 재판관을 지정했다.
재판관들은 변론 준비 절차를 통해 검찰·경찰 등의 수사 기록을 조기에 확보한 뒤 신속한 심리에 나서기로 했다. 첫 변론준비기일은 모두 공개되지만 당사자 출석 의무는 없다. 헌재 이진 공보관은 “피청구인(윤 대통령)에 대한 접수 통지와 답변서 요청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사건을 총괄하는 주심 재판관도 이날 전자배당으로 정해졌지만, 헌재는 공개하지 않았다. 헌재 측은 “주심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주심을 공개했을 때 불거질 수 있는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란 해석이 나왔다. 앞서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는 주심(강일원 당시 재판관)을 공개한 바 있다.
헌재는 또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을 기존에 헌재에서 심리 중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다른 탄핵심판 사건보다 앞서 최우선으로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선임헌법연구관이 팀장인 헌법연구관 태스크포스(TF)도 약 10명 규모로 구성했다.
이 공보관은 국회 추천 몫 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이 늦어져 ‘6인 체제’인 현 상황에 대해선 “심리와 변론 모두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준비기일을 마친 뒤 국회와 윤 대통령 측이 본격적으로 맞붙는 정식 변론기일을 지정하게 된다.
김자현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