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직무정지 시에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주장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지연 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여당은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정이 끝난 후 새 헌법재판관 임명에 나서야 한다며 탄핵심판이 현재 6인 체제 아래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은 구질구질한 지연작전을 포기하고 인사청문회 일정에 서둘러 협의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헌법재판소도 “예전에도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2017년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인용 이후 황 권한대행이 대법원장 추천 몫인 이선애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사례를 거론하며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에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대통령 직무정지 시에는 임명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추천 몫 3명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대통령 권한대행이 할 수 없으니 탄핵심판이 현재의 6인 체제 아래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논리다. 헌재는 현재 총 9인의 재판관 중 국회 몫인 3명이 공석인 상태다. 국민의힘은 조한창 변호사를, 민주당은 정계선 서울서부지법원장과 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를 각각 추천했다.
권 원내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국면 당시를 거론하며 “당시 민주당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권 행사는 민주주의 훼손이라고 비판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헌법재판관 공석 3인은 국회 추천 몫이고, 대통령은 임명 절차만 진행하는 것”이라며 “대통령 직무정지 시 권한대행이 임명을 못 한다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임명장에 결재만 하는 수동적 역할을 하는 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인사청문 특위 일정 협의를 거부할 경우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맡고 있는 인사청문특위 위원장도 민주당 몫으로 가져오겠다는 방침이다. 박 원내대표는 “탄핵심판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9인 체제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국무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해 “헌법과 법률에 맞는지, 국민 시각이나 국가 미래를 기준으로 봤을 때 어떤 것에 부합하느냐를 놓고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일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