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불법 비상계엄 선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서 ‘북한의 공격을 유도’한다는 내용을 확인했다. 경찰은 노 전 사령관이 수첩에 기록한 내용을 토대로 형법상 외환(外患)죄 가운데 제99조 ‘일반이적죄’ 혐의를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다. 계엄의 주요 가담자인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서 북한의 공격을 유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이 나오면서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도 일반이적죄가 적용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노 전 사령관의 자택에서 확보한 수첩에 ‘NLL(북방한계선)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라는 내용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오물풍선 원점 타격’ 등 내용이 수첩에 적혀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환죄는 외부로부터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범죄를 총칭한다. 형법 92조에 적시된 외환죄는 ‘외국과 통모하여 대한민국에 대하여 전단을 열게 하거나 외국인과 통모하여 대한민국에 항적한 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이 중 노 전 사령관의 혐의가 일반이적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경찰이 확보한 수첩에는 비상계엄과 관련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수첩 속에 명시된 정치인 등을 ‘수거 대상’으로 표현한 대목도 적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수첩의 내용이 전부 비상계엄과 관련한 내용이었냐’는 질문에 대해 특수단 관계자는 “기본적으론 (그렇다). 전체적인 것은 확인 못 했지만 관련 내용이 많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국회 봉쇄’라는 표현과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노조, 판사, 공무원 등을 ‘수거 대상’으로 표현하는 내용들이 있다”면서 “체포란 의미로 보이며, 일부는 이름까지 적혀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야권에선 노 전 사령관의 수첩 내용에 대해서 ‘내란을 벌이기 위해 북한과의 갈등을 조장한 북풍 공작’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이 타국과의 충돌을 조장하려 했다면 명백한 외환죄”라고 비판하며 “윤석열을 체포해 내란죄, 외환죄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에서 노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대해 “내란을 벌이기 위해 북한과의 국지전을 만들려 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윤석열 내란 범죄집단이 계엄령을 발동하기 위해 외환을 유도하려 했다는 의혹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 대변인은 “박정희, 전두환 군사쿠데타 일당도 전쟁을 벌이며 체제를 전복하려고 하지는 않았다”며 “파렴치하기 짝이 없는 내란 수괴 윤석열을 체포해야 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도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