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2022년 5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사진)이 군 관계자들에게 현 시점에서 한국군의 전작권 수행 능력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11월 미 대선 후 한반도 안보 지형이 다시 한 번 출렁일 경우 향후 전작권 전환 시기를 두고 한미 간 간극이 또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20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최근 “한국군 훈련 준비 태세 등을 고려할 때 내년에도 (전작권 전환이)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미 연합훈련이 축소되면서 한국군이 현재로선 전작권 전환을 위한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군 관계자는 “미군에서 올해 들어 미래연합사 검증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군의 능력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흘러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는 지난달 28일 종료된 하반기 연합훈련에서 코로나19 여파로 미 본토 증원전력 투입에 차질을 빚으면서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이 주도하는 미래연합사 운용 검증을 예행연습만 했다. 올해 진행할 예정이었던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 검증도 내년에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지난해까지 “전작권 전환은 시기가 아니라 조건에 기반한다”며 한미가 기존 합의한 원론적인 입장을 피력해 온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전작권 전환 관련 언급이 올해 들어 수위가 계속 상승하고 있는 것은 이런 상황에 대한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11일(현지 시간)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화상 회의에서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많은 진전이 있지만 솔직히 아직 갈 길이 멀다”며 “미래연합사 3단계 검증은 갖춰야 할 여러 군사적 능력 중 하나일 뿐”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일각에선 전작권 전환에 대한 미국 측의 다소 부정적 기류가 최근 정부의 전작권 전환 가속화 움직임에 대한 견제 차원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서욱 신임 국방부 장관을 발탁하면서 “한미동맹에 기반한 전작권 전환 등이 이번 인사의 메시지”라고 했다. 정부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던 ‘임기 내 전환’을 취임 이후 ‘조기 전환’으로 조정했으나 비공식적으로는 2022년에 전작권을 넘겨받는다는 목표로 미국 측과 협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에서도 최근 미국의 전작권 전환 연기 가능성을 거론하며 신속한 전작권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홍철 국방위원장은 15일 대정부질문에서 “(전작권 전환은) 조건 충족이 아니라 정치적인 결단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정경두 당시 국방부 장관은 “현재와 같은 이런 전작권 운영 시스템이라면 언제 전작권 전환을 해도 문제없다”고 호응했다.
신규진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