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은 근로자가 319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근로자의 15.6%에 해당하는 숫자로, 임금을 받고 일한 사람 100명 중 15명이 법정 최저임금(시급 8590원)을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특히 농림어업, 숙박음식업 분야에선 근로자의 절반 수준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했다.
8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2020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 비율은 2019년(16.5%)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15.6%로 나타났다. 국내 최저임금 미만율은 2018년(15.5%) 처음으로 15%를 돌파한 뒤 3년 연속 15%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경총은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아진 요인으로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인상해 경제수준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한국 최저임금은 중위임금(전체 근로자의 임금을 금액순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 소득) 대비 62.4% 수준으로 이는 미국, 일본, 독일 등 G7 국가 중 가장 높다는 게 경총의 분석이다. 경총 측은 “2018∼2020년 최저임금 누적 인상률(32.8%) 역시 G7 대비 1.4∼8.2배 높다”고 밝혔다.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인 미만 사업장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36.3%로 300인 이상 사업장(2.6%)과 격차가 컸다. 업종별 차이도 컸다. 농림어업, 숙박음식업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각각 51.3%, 42.6%로 절반 수준이었지만 정보통신업(2.2%), 금융 및 보험업(6.1%)에선 미만율이 낮게 나타났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농림어업, 숙박음식업 등 일부 업종에서는 법정 최저임금이 사실상 기능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 노동시장이 법정 최저임금을 따를 수 있는 현실적 능력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업종에 따라 천차만별인 경영환경을 고려한 최저임금 구분 적용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총은 또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이 늘어난 만큼 상당 기간 최저임금 안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동일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