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에서 3번째 상을 받은 것보다 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고, 긴장됩니다.”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올해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거머쥐며 ‘칸의 남자’로 자리매김한 박찬욱 감독이 국내 개봉을 앞둔 심정을 밝혔다. 영화는 29일 개봉한다.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2일 열린 ‘헤어질 결심’ 제작보고회에서 박 감독은 “내 전작보다 한국인만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외국 영화제 수상보다 한국 개봉 결과가 더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그의 전작들은 폭력적인 장면과 수위 높은 정사 장면이 많아 국내 관객들에겐 호불호가 갈렸다. 이번엔 ‘박찬욱표 영화’답지 않게 수위를 끌어내린 덜 자극적인 영화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칸 수상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국내 관객들의 관심이 뜨겁다. 박 감독은 “주인공들의 감정 변화를 잘 들여다봐야 하는 영화여서 다른 자극적인 요소를 낮췄다”고 했다. 이날 보고회에는 주연 배우 탕웨이와 박해일도 참석했다. 탕웨이는 박 감독의 영화 스타일 변신에 대해 “예전엔 진한 김치 맛이었다면 이번엔 내가 자란 중국 지역의 청량하고 담백한 분위기”라고 평했다.
배우 송강호에게 7번 도전 끝에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브로커’를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도 이날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했다.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송강호의 수상에 진심으로 기뻤다. 최고의 상이었다”며 “내가 칭찬받으면 빈말 아닌가 하고 의심을 하게 되는데 출연배우가 칭찬받으면 무조건 기쁘다”고 했다. 앞서 2004년 칸 영화제에서는 그의 영화 ‘아무도 모른다’에 출연한 일본 배우 야기라 유야가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 때문에 그는 출연배우를 빛나게 해주는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송강호에 대한 극찬도 이어졌다. 그는 “배우들은 한 장면을 여러 번 촬영하다 보면 연기가 굳어지기 쉬운 데 송강호는 매번 전혀 다른 연기를 보여줬다. 신선함도 그대로 유지했다”며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배우여서 ‘어떻게 저런 일이 가능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를 빼돌려 파는 브로커들 이야기를 다룬 ‘브로커’는 소재는 무겁지만 곳곳에 웃음 포인트가 있어 내내 심각하지만은 않다. 고레에다 감독은 “관객들에게 재밌는 반전을 주고 싶었다”며 “송강호는 소소한 웃음 포인트를 잘 살려내는 배우여서 그런 부분을 늘렸다”고 했다. 영화는 일본 감독이 만들었지만 출연 배우가 모두 한국인이고 투자배급도 한국 회사인 한국영화다. 그러나 감독이 일본인이어서 일본 영화로 아는 이들도 많다. 그는 “어느 나라에서 촬영했든 감독 입장에서는 비슷한 작업이어서 이 영화가 국적 중심으로 논의되는 부분은 잘 와닿지 않는다”고 했다.
“칸에 가도 올림픽처럼 깃발을 들고 입장하는 건 아니잖아요. 국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건 영화가 갖는 가능성이죠. 같이 작업하고 싶은 매력적인 한국 배우들이 정말 많아요. 그게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을 겁니다.(웃음)”
손효주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