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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박지원-김길리, 크리스털글로브 함께 품었다

쇼트트랙 박지원-김길리, 크리스털글로브 함께 품었다

Posted February. 20, 2024 07:57   

Updated February. 20, 2024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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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털글로브 하나는 부족하다. 손이 두 개니 양손에 하나씩 들겠다.”

‘남박’ 박지원(28·서울시청)은 2023∼20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5차 대회를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ISU는 쇼트트랙 창설 25주년을 맞은 지난 시즌부터 종합 랭킹 1위 선수에게 이 트로피를 시상하기 시작했다. 동명이인인 여자 국가대표 선수가 있어 ‘남박’으로 통하는 박지원은 지난 시즌에는 비교적 여유롭게 크리스털글로브 초대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즌 마지막 월드컵인 6차 대회까지 종합 우승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스티븐 뒤부아(27·캐나다)의 추격이 거셌기 때문이다. 뒤부아는 18일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열린 500m 결선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박지원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박지원이 두 시즌 연속 크리스털글로브를 차지하려면 19일 열린 1000m에서 우승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국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박지원은 19일 같은 곳에서 열린 1000m 결선에서 1분28초193을 기록하면서 이번 시즌 다섯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우승으로 랭킹 포인트 1071점을 확보한 박지원은 뒤부아(1052점)를 19점 차로 제치고 남자부 종합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시즌 금메달 5개 중 3개를 1000m에서 따낸 박지원은 “종합우승을 하려면 1등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긴장은 별로 안 됐다. 자신감이 있었다”며 “처음 (크리스털글로브를) 땄을 때보다 타이틀을 지켜낸 지금이 더 기쁘다”고 했다.

올 시즌 내내 직전 시즌 랭킹 1위를 뜻하는 숫자 ‘1’을 헬멧에 달고 뛴 박지원은 “숫자 1은 나에게 중요한 의미다.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고 남은 시즌도 1위를 지키고 싶어 큰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두 시즌 연속으로 월드컵 챔피언에 오른 박지원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금메달 3개를 따냈지만 아직 올림픽에는 출전한 적이 없다.

여자부에서는 ‘람보르길리’ 김길리(20·성남시청)가 개인 처음으로 크리스털글로브를 품에 안았다. 김길리는 이날 여자 100m에서 은메달을 추가하면서 랭킹 포인트 1211점으로 2위 크리스틴 산토스그리스월드(30·미국·1180점)를 31점 차로 제쳤다. 김길리는 “늘 꿈꾸던 세계 1위가 정말 이뤄지다니 놀랍다. 이젠 세계선수권 금메달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번 시즌 여자부에서는 ‘쇼트트랙 여제’ 최민정(26·성남시청)이 2026 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준비로 출전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김길리와 산토스그리스월드가 ‘빈 왕좌’를 놓고 격전을 벌였다. 산토스그리스월드는 “김길리의 기술과 주행 능력은 이 세상 수준이 아니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한국 남자 선수 가운데는 김건우(26·스포츠토토·4위)와 장성우(22·고려대·6위), 여자부 선수 가운데는 심석희(27·서울시청·7위)와 서휘민(22·고려대·8위)이 이번 시즌 월드컵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임보미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