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 국빈 방문 마지막 날인 28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함께 해상자위대의 이즈모급 호위함에 승선했다. 미국 대통령이 자위대 호위함에 승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력한 미일 군사 동맹을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장면인 셈이다.
NHK방송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반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탑승한 헬기가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 해상자위대 기지에 정박해 있던 이즈모급 호위함 ‘가가(かが)’의 갑판에 착륙했다. 헬기에서 내린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미리 기다리고 있던 아베 총리 및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와 악수했다.
갑판을 통해 아래로 내려간 격납고에는 미군과 해상자위대원 500여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미일 정상의 출현에 500여 명은 “와∼” 하고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아베 총리는 “미일 정상이 함께 자위대와 미군을 격려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라며 “미일 동맹은 나와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더없이 굳건해졌다. 여기 ‘가가’에 우리가 서 있는 게 그 증거”라고 말했다. 1일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로 ‘레이와(令和)’ 시대가 열린 것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한 아베 총리가 미일 동맹의 현재 위치를 가장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호위함 ‘가가’는 작년 서태평양부터 인도양에 이르는 광대한 바다에서 미 해군과 밀접히 연대해 가며 지역의 (다른 국가) 해군과 협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가가를 개조해 전투기를 탑재할 수 있게 만들어 일본과 지역 평화, 안정에 한층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일본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F-35 스텔스 전투기 105대 구매 계획을 또다시 거론하며 “이 호위함은 최첨단 항공기(F-35)를 탑재할 수 있도록 개조돼 더 넓은 지역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두 정상이)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했다”고 28일 보도했다.
가가는 길이 248m, 최대 폭 38m 규모로 헬기가 이착륙하는 호위함이다. 일본 정부는 전투기 이착륙이 가능한 항공모함으로 개조한 뒤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B 42기를 미국으로부터 구매하겠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2017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일본을 방문했을 때에도 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호위함 승선을 협의했지만 무산됐다.
진창수 전 세종연구소 소장은 미일 정상이 가가에 승선한 데 대해 “아베 총리는 자위대의 군대 역할을 어필하고, 미국은 일본의 군사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며 “중국의 위협에 대한 미일 협력을 보여주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요코스카 기지 내 강습상륙함 와스프함(LHD-1)에 들렀다가 오후 1시경 하네다공항에서 에어포스원을 타고 귀국했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