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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두 연진이 미워하길 바라며 연기”

“세상 모두 연진이 미워하길 바라며 연기”

Posted March. 18, 2023 07:43   

Updated March. 18, 2023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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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이 연진이인 줄 알면 어떡하죠?(웃음) 그래도 ‘연진아!’를 좀 더 오래 외쳐주시면 좋겠어요.”

최근 완결된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주인공 송혜교(문동은 역)만큼 화제로 떠오른 이가 동은을 괴롭히는 학교 폭력 주동자 박연진 역의 임지연 씨(33)다. 극 중 동은이 외치는 “멋지다 연진아!”는 하나의 ‘밈(meme)’이 됐다. 말끝마다 ‘연진아’를 붙이는 댓글놀이가 유행하기도 했다. 17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임 씨는 “엄마까지도 ‘연진아 찌개 해놨어. 언제 와’ 라고 메시지를 보낸다”며 웃었다.

극 중 연진은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도 일말의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는 ‘절대 악’이자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는 캐릭터를 임 씨는 설득력 있게 소화해 냈다. 임 씨는 “‘난 잘못한 게 없어, 동은아’ 같은 대사가 너무 충격적이어서 (대본을) 보면서 입이 떡 벌어졌다”고 했다. “노력 없이 모든 걸 가졌기 때문일까요. 그냥 모르는 거죠. 자신이 얼마나 나쁜 짓을 했는지, 그게 피해자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준 건지.”

이번이 첫 악역 도전이었던 임 씨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진짜 ‘나쁜 ×’이 되어보려고 했다”며 “세상 사람들이 모두 연진이를 미워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캐릭터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은숙 작가님이 대본 리딩할 때 저를 두고 ‘천사의 얼굴에 악마의 심장을 가진 사람 같다’고 했다. 제가 순간 그런 모습을 보였나 보다”라며 웃었다.

‘더 글로리’는 16일 현재 전 세계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청 순위가 42개국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임 씨는 영화 ‘인간중독’(2014년)을 통해 데뷔했지만 노출 장면에 주로 관심이 집중됐고, 이후 출연한 일부 작품에선 연기력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더 글로리’의 연진 역을 통해 논란을 일거에 불식했다는 평가다. 임 씨는 “대본을 본 뒤 ‘이걸 씹어먹겠다’는 생각에 주변에 조언을 구하고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촬영 전이 더 바빴다”고 했다.

교도소에 가게 된 감방 신참 연진이 조롱당하는 마지막 장면은 비록 연기지만 특히 힘들었다고 한다. 임 씨는 “연진의 말로는 평생을 감방 안에서 범죄자들에게 당하면서 자신이 저지른 악행을 되돌려받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지선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