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에인절스와 시애틀의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경기가 열린 4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T 모바일 파크. 경기 전 좌측 외야에서 몸을 풀던 오타니 쇼헤이(28·에인절스)가 누군가를 발견하고는 약 100m를 달려가 고개를 숙여 깍듯이 인사했다. 반갑게 인사를 받으며 악수를 나눈 사람은 스즈키 이치로(50·은퇴)였다.
이치로는 현재 시애틀 구단의 회장 특별 보좌역 겸 타격 인스트럭터를 맡고 있다. 안방경기가 열릴 때면 종종 유니폼 차림으로 구장에 나온다. 오타니는 시애틀을 방문할 때마다 이치로에게 안부 인사를 한다. 두 사람이 실제로 처음 만난 건 오타니가 MLB 데뷔 시즌을 준비하던 2018년 스프링캠프 때였다.
미국 언론에서 이날 두 사람의 만남에 더욱 주목한 건 지난달 일본의 우승으로 끝난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문이다. 투수와 타자로 모두 나선 오타니는 일본의 우승을 이끌며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이치로도 2006년 초대 대회와 2009년 제2회 대회 때 리더이자 중심 타자로 활약하며 두 번 모두 일본의 우승을 이끌었다. 2009년 한국과의 결승전에서는 결승타를 때리기도 했다. MLB.com은 “WBC 챔피언들의 만남”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곧이어 열린 경기에서 오타니는 결승 홈런을 때려내며 쾌조의 타격감을 이어갔다. 오타니는 2-2 동점이던 5회초 무사 1루에서 상대 선발 조지 커비의 낮은 체인지업을 걷어 올려 비거리 131m의 홈런을 터뜨렸다. 3일 오클랜드전에 이어 2경기 연속 홈런이다. 에인절스는 이날 7-3으로 승리하며 3연승(1패)을 달렸다. 오타니는 6일에는 시애틀을 상대로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샌디에이고 김하성(28)은 같은 날 애리조나와의 경기에서 9회말 시즌 1호이자 MLB 진출 후 첫 끝내기 홈런을 터뜨렸다. 9회초까지 4-5로 뒤졌던 샌디에이고는 9회말 대타 데이비드 달의 동점 홈런에 이어 9번 타자 김하성의 끝내기 홈런으로 5-4로 승리를 거뒀다. 김하성의 시즌 타율은 0.385(13타수 5안타)가 됐다.
이헌재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