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라는) 나의 뿌리가 자랑스럽습니다. 경찰국 수장으로서 모든 로스앤젤레스(LA)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겠습니다.”
미국 서부 최대 도시인 LA에서 경찰국 최고 직위인 경찰국장으로 한국계 미국인 도미닉 H 최 수석부국장(치안정감·54)이 임명됐다. 1869년 LA 경찰국(LAPD)이 창설된 뒤 아시아계 국장이 나온 건 처음이다. LA경찰위원회는 7일(현지 시간) “도미닉 최 수석부국장을 LAPD 임시 국장으로 임명하기로 위원들이 전원 동의했다”고 밝혔다. 경찰 등 소속 직원이 1만 명이 넘는 LAPD는 미국에서 뉴욕 경찰국(NYPD) 다음으로 규모가 큰 경찰 조직이다.
최 국장은 이날 열린 승낙식에서 “경찰관 사기와 복지 증진에 힘쓰고 정신질환, 노숙인 문제, 대형 집회 대응 등 새로운 과제에 철저히 준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민자 2세대인 그는 “(한국계 이민자라는) 나의 뿌리는 항상 자랑스럽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모든 LA 시민을 위해 일하겠다”고도 했다.
다만 최 국장은 올여름까지만 국장으로 근무할 전망이다. 마이클 무어 전 국장이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으로 지난달 사직한 뒤 최 국장이 임명됐다. 규정상 임시 국장은 정식 국장으로는 지원할 수 없다. 최 국장은 이에 대해 “내가 맡은 역할에 충분히 만족한다”며 “나는 이 일을 사랑한다”고 답했다.
지역지 LA타임스는 “최 국장의 임명은 안전한 선택”이라며 “그는 경찰 업무 전반에 박식한 이해를 바탕으로 고속 승진을 거듭했다”고 평가했다. LAPD 경찰학교 동기인 필리핀계 미국인 도널드 그레이엄 부국장(치안감)도 “미국 내에서 아시아계를 향한 혐오 공격이 급증한 상황이지만 최 국장의 임명은 우리 사회가 치유의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상징”이라며 기뻐했다.
최 국장은 부모가 미국으로 이민간 뒤 LA에서 태어났다. 명문 서던캘리포니아대(USC) 회계학과를 나와 회계법인에서 약 2년간 일한 뒤 1995년 경찰로 임용됐다. 캘리포니아주 일선 경찰서를 두루 거쳤으며, 2001년 하버경찰서에서 대민·갱단 범죄 전담 형사로 근무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최 국장은 2017년 역대 두 번째로 한국계 지휘관(경무관)으로 진급했다. 첫 한인 LAPD 경무관은 2005년 은퇴한 폴 김 경무관이다. 이후 최 국장은 2019년 부국장으로 승진했으며, 2020년 수석부국장에 올랐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