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행군
문 학동네에서 선보이는 새로운 장르의 서사만화. 원제는 '환상적 서사시'(EPOPEES FANTASTIQUES). '프랑스 만화의 자존심'으로 불리우는 장 클로드 갈이 평생에 걸쳐 그린 작품이 모두 이 한권에 담겨있다.

철필로 거칠게 긁은 듯한 차가운 선, 사막위 모래 알갱이의 질감까지도 묘사한 세밀한 터치, 대상에 떨어지는 빛을 철저하게 계산한 대담한 조형미, 줌 렌즈로 촬영한 듯한 다이내믹한 면 분할과 독특한 시점. 그리고 웅장한 스케일과 치밀한 시나리오.

장 클로드 갈은, '만화라는 장르'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다는 역사성과 환상성의 세계를 과감하게 구현해 내고 있다.

이 책은 각기 다른 세가지 텍스트로 구성되어 있다.

빌 맨트로가 시나리오를 쓴 '대성당의 비밀'. 1977년 가제본되어 첫선을 보인 뒤 지금까지 다섯 번이나 재판을 거듭한 '정복자의 군대', 최고의 영웅 환타지로 인정받는 '아른의 복수'. 이 작품들은 일상과 관습에 얽매여 딱딱하게 굳어진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예상을 뒤 엎는 결말을 보여준다.

시인 김정란은 "죽음의 행군은 겉보기에는 전형적인 전쟁서사처럼 보인다. 강인한 남성적 상상력, 튀는 피, 잔인한 살육, 썩는 시체, 그 위로 솟아오르는 위대한 영웅. 그러나 그 아래 에는 존재의 근원적 허무에 대한 심오한 형이상학적 고뇌가 숨어있다"고 평한다.

장 클로드 갈은 1942년 프랑스 디뉴지방에서 태어났다. 1972년 파리 근교의 중학교에서 데생을 가르치다 만화계에 데뷔했다. 77년 '정복자의 군대'를 펴냈으며 80년에 시작한 영웅 환타지 '아른 시리즈'는 무려 13년에 걸친 작업 끝에 완성되었다.

그는 극도로 정교하게 치밀한 묘사 때문에 생전에 다섯권의 작품집밖에 완성하지 못했지만, 그의 작품집들은 프랑스의 모든 만화도서관에 애장도서로 소장되어 있다.


■그림: 장-클로드 갈 ■펴낸곳: 문학동네 ■ 값: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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