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도서출판:신간소개]

◆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운동

20세기가 어느덧 황혼녘에 접어들고, 새로운 천년을 눈앞에 둔 지금, 사회학계에서는 '서구이론의 무분별한 수입'과 그에 따른 '한국적 사회운동이론 수립의 실패'라는 문제를 앞에놓고 고민중이다. 한동안 변혁이론의 교본이었던 마르크스주의는 사회주의의 종말과 함께 그 힘을 잃어버렸고, 그 틈새를 비집고 열을 올렸던 네오 마르크시즘이나 구조주의, 해체주의 역시 오래 빛을 발하지 못했다.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다시 국민의 정부로, 한국의 현대사는 너무나도 심하게 출렁거렸다. 그리고 90년이후 새롭게 찾아온 최악의 경제위기와 세계체제의 변화. 이후 한국號는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침몰위기'에 빠진 배를 인도할 '진보적 사회이론의 등대'는 없는 것일까?
조희연 교수(성공회대 사회학)가 쓴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은 이 고민을 풀 작은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 책에서 그가 다루고자 한 핵심주제는 '국가(넓은 의미의 지배)의 변화와 그에 상응하는 사회운동(넓은 의미의 저항)의 변화이다. 그는 한국사회운동을 규정하는 네가지 거시적 변동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절대빈곤 상태에서 '왜곡된 풍요화'로의 이행, 군부정권에서 민간정권시대로의 이행, 범지구화시대, 정보화 시대의 도래가 바로 그것.
따라서 변혁이론 역시 다음과 같은 지적 단서가 따라 붙어야 한다. 첫째, '억압의 다면성과 다차원성'에 대응하는 '해방의 다면성과 다면성을 인정할것. 둘째, 진보란 개념에서 국가권력의 급진적인 전복뿐만 아니라 '사회권력'의 강화도 중요함을 인식할 것. 셋째, 새로운 진보이념은 급진주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확장하는 것이며, 다양한 '개방적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
그는 '군사정권'에서 '민간정권'으로의 이행이라는 '천박'하고도 '일차원적'인 분석에서 벗어나 건강한 긴장과 개혁적 비판의식에 기초한 실천운동의 부활을 모색하고 있다. 노동운동, 민족운동, 시민운동등 한국사회에 필수적인 여러운동을 총망라하여 그 운동들이 뿌리내릴수 있는 물적, 이론적 토대를 탐색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저자인 조교수는 한국 사회학계의 대표적인 소장학자. 80년대 중반 '사회구성체 논쟁'을 주도한 이후 줄곧 한국사회의 진보적 이념생산의 주춧돌 역할을 맡아왔다. 1956년 전북 정읍생. 연세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최용석<마이다스동아일보 기자>

조희연 지음 ★ 당대 ★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