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도서출판:신간소개]

◆ 우리가족

'우리 가족은요? 어쩌고저쩌고...' 사람들 앞에서 자기가족을 자신있고 재미나게 소개할 수 있는 가족이 몇이나 될까?
가뜩이나 핵가족시대, 가족이라곤 고작 엄마 아빠 그리고 나, 거기에 어쩌다 형이나 누나, 동생이 있을 뿐이다. 고모가 무엇인지, 큰아빠가 무슨 뜻인지를 모르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이런 판국에 '철학자'인 아이가 이 세상과 자기 가족에 대하여 조용조용 이야기하는 '깜찍한' 책이 '우리가족'이란 이름으로 예쁜 삽화들과 함께 선을 보였다.
주변에 가깝거나 때로 멀리 있는 것들에 대한 그 '아이'의 생각들에 귀 담아보자. 그는 영롱한 눈빛과 미세한 소리까지 다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순진무구 '그 자체'이다. 우리들도 왕년에 사물과 관계에 대해 한번쯤 그 아이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적이 있었다. 이제는 때가 덕지덕지 끼어 '그때 그마음'들을 잊은 적이 오래지만.
유르그 슈비거가 지은 이 책은 온 가족이 함께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얼마든지 추천할 수 있다. 거실에서 온가족이 '바보상자' 텔레비전을 끄고 책을 들자마자 마음이 편안해진다. 글맛이 있어 행복한 순간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하는 보물같은 느낌일 것이다.
'우리 가족'이라고 하지만 자기 식구들만 다루는 게 아니다. 아이는 할머니 할아버지 이웃 친구 그리고 낯선 사람들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한다. 또한 '철학자'답게 세상의 이치에 대해 '어런 왕자'처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기도 한다.
"물건은 왜 아래로만 떨어지나요? 그것도 언젠가는 밑으로 떨어지나요? "
"버터빵이 밑으로 떨어지는 것이 땅이 잡아당기는 힘때문이어요? 혹시 버터빵이 그렇게 하고싶어서 하는 것은 아닐까요?"
빛, 중력, 날씨, 세상의 처음과 끝, 그리고 늙음과 죽음에 대한 질문과 다른 사람들이 자기와 다르게 행동하는 이유에 대한 끝없는 의문으로 가득한 이 책은 아름다운 삽화들과 함께 책읽기의 재미를 더해준다.
지은이 유르그 슈비그박사는 1936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났다. 재단사 목수 정원사 미장이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으며 대학에서 독문학 심리학 철학을 전공했다. 그후 편집인과 출판업자로 활동했다. 지금은 취리히에서 창작과 심리치료사로 일하고 있다. 그의 작품으로는 '그 개의 이름은 하늘' '엉뚱한 초록색' '이런저런 이야기' '사자의 포효'등이 있다. 96년 '세상이 아직 어렸을 때'로 독일 청소년문학상을 받았다.
삽화를 그린 로트라우트 수산네 베르너는 48년 슈튜트가르트에서 출생, 뮌헨에서 그래픽을 공부했다. 83년 권위있는 '첼레스티노-피아티 삽화상'을 받았다.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존 삽화가중에서 최고의 명성을 날리고 있다.
옮긴이 유혜자는 독일문학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파트리크 쥔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 미카엘 엔데의 '마술학교' 프레슬러의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뇌스트링거의 '오이대왕'등이 있다.
최영록<마이다스동아일보 기자>

유르그 슈비거 지음 ★ 유혜자 옮김 ★ 맑은 소리 ★ 6,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