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도서출판:신간소개]

◆ 가던 새 본다

이번 소설집에서 저자는 90년대 작가에게서는 보기 드문 걸쭉하고 능청스런 입담을 통해 발전과 풍요에서 소외된 서민층의 삶을 경쾌한 해학으로 그리고 있으며, 농어촌이나 도시변두리에서 따분하고 비속한 듯 보이는 서민들의 일상 속에서 따스한 훈기를 가진 인간적 유대가 살아 있음을 간파해 내고 있다.
「가던 새 본다」에서는 화자인 '나'가 삶과 죽음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셋집 주인 할머니와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서민의 험난한 일생에 대한 저자의 따뜻한 시선을 보여준다.
「숭어」는 뱃일로 살아가는 섬사람이 뭍에서 데리고 온 여자를 자신의 곁에 붙들어두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지는 보여준다.
여수로 시집을 가 잘살고 있을 줄 알았던 젊은 날의 연인을 홍합배에서 다시 만나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주는 과정을 보여주는 「행어(行魚)」.
이밖에도 바닷가에서 자살하려는 여인에게서 고생만 하다 죽은 누이를 떠올리는 「바람 아래」, 농촌의 황폐함과 그 속에서 희망을 그린 「입덧」, '세상이 돌았다'고 하며 야당선거운동만 하고 가계를 돌보지 않은 아버지와 이와는 대조적인 삶을 산 아들을 그린 「달팽이를 위하여」 등의 작품이 있다.
유희정 (마이다스동아일보 기자)

한창훈 지음 ★ 창작과 비평사 ★ 7,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