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도서출판:신간소개]

◆ 어른도 길을 잃는다

이책은 바닷가 마을의 한 딸부잣집 소녀가 가부장적 가족질서와 좌우대립의 사회구조 속에서 길을 잃은 어른들의 삶을 내면화하면서 사회와 역사에 눈떠가는 과정을 밀도있게 그린 전작 장편소설이다.
남도 땅끝마을의 풍부한 토속적 풍속화가 생생하게 그려지고, 궁핍했지만 따뜻했던 유년시절의 그리운 정경들이 정감있게 펼쳐진다. 내면으로의 침잠과 서사의 해체로 요약되는 90년대 소설의 지형도에서 서사성의 당당한 회복이라 할 만한 작품이다.
한국현대사의 축소판이라 해도 좋을 남도 땅끝마을 사람들의 핍박과 수난의 세월을 보여주는 이 소설은 정부주도의 강력한 산업화와 월남전 참전, 비인간적 분단이데올로기의 공고화로 요약되는 60년대말과 70년대초의 남도 농촌으로 독자를 이끌어간다.
해방이후 좌우의 대립과 한국전쟁의 참화를 거쳐오면서 형성된 분단이데올로기와 그속에서 신음하는 아버지와 노인을 비롯한 민중들의 삶을 핍진하게 재현하는 한편, 전통적인 가부장적 남녀차별의 질서를 내면화한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그 자녀들의 갈등을 만화경처럼 펼쳐보인다.
1956년 전남 해남에서 출생한 저자 박정요씨는 1989년 문에중앙 신인문학상에 '무적'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박정요 지음 ★ 창작과 비평사 ★ 7,500원